[fn광장] 똑같이 보여야 하는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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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의 매력적인 요소 중에 하나는 여러 사람이 한목소리로 노래하는 듯한 음성의 아름다움이며, 이것은 언제나 우리의 시선을 끈다.
물론 외적인 것, 보이는 것을 중요시하는 한국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겠지만, 합창 음악회에 가면 화려한 의상과 통일된 화장 그리고 똑같은 머리 모양을 한 합창단들을 거의 모든 합창 연주회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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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한국에서 보았던 합창단 연주는 이런 훌륭한 음악성과 더불어 외국의 합창단과는 구별되는 색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외적인 것, 보이는 것을 중요시하는 한국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겠지만, 합창 음악회에 가면 화려한 의상과 통일된 화장 그리고 똑같은 머리 모양을 한 합창단들을 거의 모든 합창 연주회에서 볼 수 있다. 똑같은 머리 모양이란 여성 단원들이 머리를 곱게 빗어서 뒤로 묶는 것을 말하는데,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이긴 하지만 어떤 이는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는 게 어울리고, 또 어떤 이는 길게 늘어뜨리는 게 더 어울리는 사람도 있을 거고, 혹은 단발머리로 자태를 꾸미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너무 똑같은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마치 합창을 합창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낸 듯한 인상을 받았다.
얼마 전 어느 어린이 합창단 음악회에 참석하였는데, 연주회 후에 그 어린이 합창단을 지도하는 선생님들과 대화 중 깜짝 놀랄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필자가 궁금했던 것은 어린이들이 똑같이 머리를 뒤로 묶었기에 선생님들이 그렇게 하라고 했는지를 물어본 건데, 대답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연주회 때에는 반드시 머리를 묶어야 된다"고 강요 아닌 강요로 그들만의 오랜 전통을 이어 오고 있다고 한다. 전통을 중요시하고 선배를 따르는 우리 문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또한 몇십 년 전의 합창단 연주 모습이 아직도 변하지 않는 것에 한 번 더 놀랐다. 물론 외국의 경우에는 인종 간 머리 모양이 다 다르기에 머리 모양을 통일시킨다는 것은 아예 생각지도 못할 일이지만 말이다.
사실 합창단 연주회를 보러 오는 관객들도 꾸며진 통일감보다는 음악 안에서 누리는 자연스러운 합창의 조화를 더 많이 즐길 것이다.
행여 우리 지휘자들의 통일성을 강조하는 무리한 요구가 획일적인 문화의 유산처럼 보일까 두렵다. 깨끗하게 보이기 위해? 일제 식민지 문화의 유산? 머리를 빡빡 깎고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우리 세대도 아니고, 머리가 길다고 장발단속을 하는 시대도 아닌 세계 속의 한국을 자랑으로 여기는 대한민국인데 좀 더 자연스럽고 여유 있는 모습의 합창단을 만나고 싶다. 작은 것이지만 아이들이 개인의 소중함을 스스로 느끼고 각 개인들이 협업하여 이루어내는 멋진 합창의 매력이 그들 마음 속에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되길 바란다.
박종원 서울시합창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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