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KCC에 ‘구단이 직접 구장 지어라’ 통보? 금시초문…그런 사례도 없다”
“경기장 비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KCC에 전해”
“경기장 건설 요청? 기업이 그런 사례 있었나”
22년간 전주를 연고지로 해온 프로농구팀 KCC 이지스가 연고지를 부산으로 이전한 것과 관련해 전주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논란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특히 전주시 측에서 KCC에 ‘직접 구장을 지어라’라고 통보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30일 한국농구연맹(KBL)은 3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KCC의 연고지 변경을 승인했다. 이번 결정으로 KCC는 연고지를 부산으로 옮겨 부산 사직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됐다.
최형길 KCC 단장은 이날 연고지 이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원만히 수습하려고 인내하고 자제했지만 더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올해 4월 ‘새 체육관을 KCC에서 지으면 안되느냐’는 문의가 들어왔다. 5월에는 전주시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야구장 건립 활용 계획을 논의하고, 6월에는 야구장·육상경기장 건립 착공식도 열었다. 전북대에서는 국책사업을 해야 한다며 체육관을 비워달라고 했다”고 사정을 공개했다.
앞서 전주시는 KCC의 수원 이전설이 나온 2016년 노후된 구장을 대신할 신축 체육관을 짓겠다고 약속했고, 2019년 신축 체육관 건립이 발표됐다. 새로운 구장은 2023년 완공 예정이었으며, 지난해 3월 기공식도 가졌다.
그런데 지난해 새로운 시장이 부임하며 프로야구 2군 퓨처스리그 유치를 위한 야구장과 육상경기장 건립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적극 추진되며 체육관 건설은 진척이 더뎌지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6일 익명의 프로농구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을 통해 “전주시가 KCC에 약속했던 홈 구장 신축을 사실상 백지화했다”며 “시는 프로야구 2군 퓨처스리그 유치를 전제로 야구장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현재 체육관의 부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전북대학교도 2025년까지 체육관을 비워달라는 입장을 시를 통해 KCC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 단장은 “구단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이 들겠나. 그 때(4~6월)부터 연고지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전주시와의 신뢰가 흔들렸다.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는 단계까지 온 것 아니겠냐는 판단 하에 연고지 이전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에 전주시 측이 해명에 나섰다. 김인태 전주 부시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CC구단 측이 대화 자체를 봉쇄하고 전격적으로 이전을 추진한 것에 대해 당혹스럽고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김 부시장은 “적어도 지난 23년간 전주에서 (KCC가) 팬, 시민과 함께 했는데 양해를 구하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며 “행여나 가더라도 전주시와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완전히 차단당했다. 시 입장에서 당혹스럽고 안타깝고, 일정 부분 서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급하게 KCC 연고지 이전 문제로 이사회에 올라갔지만 KCC 구단 관계자를 만나지도 못했다”며 “KBL 총재를 만나 전주시의 입장과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으나 결국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축 체육관 공사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2017년 신축 계획을 수립한 이후 토지 매입과 투자 심사, KCC 협의 사항 반영 등 각종 행정 절차로 인해 시간이 소요됐다”면서도 “2026년 신축 경기장이 지어질 때까지 기존 경기장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국토교통부와 모색했고, 경기장을 비워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KCC에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또 최 단장이 브리핑을 통해 밝힌 ‘구단 측이 체육관을 직접 지으라는 지역 국회의원의 요청’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는 말밖에 못 드리겠다. 체육관은 시에서 짓는 거고, 우리나라 어느 기업이 전용 구장을 지어서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사례도 없다. 아마 그렇게 대놓고 얘기할 의원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김 부시장은 “23년간 동고동락한 KCC가 떠나서 아쉽게 생각하고 (연고지 이전으로부터 KCC를) 지키지 못해 전주 시민과 팬들께 사과의 말씀 드린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스포츠 정책을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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