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단체 주최 '정율성 집회'서 5·18공로자회 왜 빠졌나?
공로자회 "이념 갈등은 아냐…보훈부와 발 맞췄을 뿐"
시민단체 "회원 복지 미명 아래 5·18정신 훼손 자충수"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국가보훈부 유관 단체들이 주최한 광주시의 정율성 기념공원 건립 추진 철회 집회에 당초 뜻을 함께 했던 5·18 민주화운동 공로자회가 빠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로자회는 5·18 공법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중 부상자회와 함께 최근 일부 일간지 광고를 통해 공개적으로 정율성 공원 건립 사업에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집회 불참에 대해 공로자회는 '보훈부와 유관 보훈단체들과의 관계'를 이유로 들며 이념 논쟁에서 한 발자국 물러났지만, 시민단체는 5·18 단체가 관변단체로 변하는 첫 단추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등 보훈부 유관 13개 단체는 30일 오전 광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광주시의 정율성 기념공원 추진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율성은 중국을 위해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했고 북한 공산당을 위해 조선 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했다"며 "정율성 기념공원 추진은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순국 선열 등의 숭고한 희생과 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수 많은 국민을 숨지게 하고 일천 만 이산가족을 양산케 한 공산군 응원대장의 기념을 멈추라"고 했다.
보훈단체들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광주시청 민원실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약 1시간 30분 동안 항의한 끝에 민원실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보훈단체의 성명서에는 지난 28일 일간지 광고를 통해 정율성 기념공원 반대 의사를 밝힌 5개 보훈 단체 중 4개 단체(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혁명공로자회, 5·18부상자회)도 참여했다.
당초 해당 일간지 광고에 단체들과 함께 이름을 올렸던 공로자회는 이번 성명서에 단체명을 올리지 않고, 집회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황일봉 5·18부상자회장이 집회 현장에 참석한 것과 대조적이다.
앞서 5·18 공법3단체는 일간지 광고 게재 직전인 지난 25일 오전 광주 한 호텔에서 보훈부 관계자들과 조찬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는 향후 5·18 관련 사업과 함께 일간지 광고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일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만남 이후에는 4·19 단체로부터 '일간지 광고 비용을 댈테니 5·18 단체는 단체명만 올려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유족회는 이사회 결정을 거쳐 일간지 광고에 함께 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지만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별도 의견 수렴 없이 광고에 참여해 보훈부의 입장을 지지했다. 이에 이날 보훈단체 집회에 부상자회 등이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예고됐다.
그러나 공로자회는 예상과 달리 집회에 불참했고, 확인 결과 '정율성 논란과 관련한 입장 표명은 일간지 광고로 갈음한한다'고 선을 그었다. 광고 동참은 보훈부, 유관 단체들과의 관계를 고려한 최소한의 입장이었다는 설명이다.
5·18민주유공자들의 국가유공자 승격 등 복지 수준 향상을 위한 보훈부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 이념 논란이 불거졌다고도 밝혔다. 광주시를 향해서는 정율성 관련 사업에 억대 예산을 쏟는 것 대비 5·18을 도외시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정성국 공로자회장은 "보훈부가 현재 5·18유공자들의 국가유공자 전환과 관련한 핵심역할을 맡고 있다. 공로자회의 존재 이유인 회원들의 국가유공자 승격 등 복지를 위해 보훈부와 산하 단체들의 입장에 발을 맞춘 것"이라며 "일각에서 지적하는 '관변단체 변모설'에 대해서는 보훈부와의 이해관계를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광주시는 정율성을 기리는 사업에는 수 십억원의 예산을 쓰지만 5·18 단체와 회원들을 위한 사업은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당장 열악한 사무실 문제 조차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은 모든 내용이 오늘날 함께 불거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광주 지역 시민 단체는 5·18정신이 이념 갈등에 휩쓸리고, 5·18단체가 회원 복지라는 미명 아래 자충수를 뒀다고 비판했다.
이기훈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은 "5·18단체들은 이번 사태 속에서 5·18정신을 이루는 '나눔과 화합' 대동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이념 갈등에 휩쓸린 모습을 보였다. 당시를 겪은 인물들이 이념 갈등 속에서 광주공동체에 상처를 주고 있다"며 "5·18 정신은 물론 1980년대를 가로지른 민주화운동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로서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훈부의 관리와 회원복지 차원의 선택이라는 해명은 변명에 불과하다"며 "이사회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일간지 광고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유족회의 경우는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공로자회는 '5·18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22조에 따라 정부 생계지원을 받고 있는 5·18유공자들이 모여 이룬 단체다. 5·18구속부상자회가 전신으로, 지난해 1월 5·18단체 중 처음으로 보훈부가 인정하는 공법단체로 전환을 마쳤다.
5·18 당시 피해를 입은 유족과 부상자를 뺀 구속·연행자 중 기타 1~2급 이하 상이등급을 받은 유공자 1300여 명이 공로자회원 자격을 갖춘다. 공법단체가 된 5·18단체들은 보훈처 승인을 거쳐 국가 예산을 지원 받고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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