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30% 비과세에 영주권까지···글로벌 두뇌 빨아들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박효정 기자 2023. 8. 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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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팅 코리아, 이민이 핵심 KEY]
<3> 프랑스·네덜란드에 배워라 - 파격적 인재 유인정책
석·박사 학위자에 1년 임시 비자
조건 충족하면 주거보조금 혜택도
영어 통용·개방적 국민성도 강점
글로벌 기업 몰려 인력흡수 선순환
순이민자 수 10년새 5배로 늘어
7월 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국제업무지구 자위다스에서 다양한 인종의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있다. 암스테르담=박효정 기자
[서울경제]

7월 말 퇴근 시간인 오후 5시가 되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남역은 인도계·아시아계·아프리카계 등 다양한 인종의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거리가 1마일(약 1.6㎞)도 되지 않아 ‘금융 마일(Financial Mile)’이라는 별칭을 가진 자위다스지구에는 구글 외에도 글로벌 법률·회계법인과 금융사 등이 밀집해 있다. 이들 직장인은 ‘암스테르담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국제업무지구 자위다스에서 근무한다. 운동화를 신고 커다란 배낭을 멘 인도계 엔지니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핀테크 등 각종 신산업을 선도하는 네덜란드는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전 세계 정보기술(IT) 인재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네덜란드 공공기관인 개발도상국수입지원센터(CBI)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개발자 인구밀도는 인구 1000명당 19명으로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높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로 미국 IT 산업에서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지난 1년간 네덜란드에서 해고당한 개발자는 3.2%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네덜란드 노동부가 추산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은 12만 7900달러(약 1억 7000만 원)에 달했다.

네덜란드에 취업한 IT 인재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꼽은 것은 ‘30% 룰링’으로 불리는 이민 장려책이다. 이는 네덜란드에서 ‘고숙련 이민자(Highly Skilled Migrant)’로 인정되면 급여의 30%를 5년간 비과세 처리해주는 세제 혜택을 말한다. 가령 연봉이 10만 유로라면 7만 유로에 대해서만 소득세를 부과받게 된다.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이 40%를 훌쩍 넘는 유럽에서는 상당한 혜택이다. 네덜란드에 취업한 한인 관계자는 “고숙련 이민자라지만 연봉과 학력 기준 등이 까다롭지 않아 쉽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몇 년 전까지 혜택이 10년간 적용됐음을 고려하면 이민자에게 말도 안 되게 유리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외국인으로서 네덜란드에 머물 수 있는 비자를 받기도 어렵지 않다. 네덜란드에서 석사나 박사 학위를 받은 외국인에게는 1년간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일종의 임시 비자(Orientation Year Visa)가 발급된다. 네덜란드에 5년간 거주한 뒤 취업한 상태에서 네덜란드 언어·역사·문화와 관련된 간단한 시험을 통과하면 영주권까지 나온다. 높은 월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 또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보조금 혜택은 조건을 충족하는 외국인에게도 차별 없이 지급된다.

7월 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국제업무지구 자위다스에서 다양한 인종의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있다. 암스테르담=박효정 기자

네덜란드가 이처럼 파격적인 이민 장려책을 펼 수 있는 것은 특유의 개방적인 문화 덕분이다. 여기에는 개방과 이로 인한 다양성으로 경제 발전을 이룩한 네덜란드의 역사가 중심에 있다. 스페인·포르투갈에서 쫓겨난 유대인들은 1602년 암스테르담에 근대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를 설립했고 이후 무역·금융업을 발전시켜 네덜란드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네덜란드 이민 2세인 한인 사업가 정 씨는 “전통적으로 무역이 발달한 네덜란드는 이익만 된다면 융통성 있는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며 “장사꾼 특유의 실용주의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배울 점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거의 모든 네덜란드 국민이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비영어권 유럽 국가 중 네덜란드의 영어 사용 인구 비율은 90%로 가장 높다. 스웨덴 교육기관 EF의 영어능력평가지수(EPI)에서도 네덜란드인의 영어 능력은 압도적 세계 1위였다. 같은 게르만어파로 네덜란드어와 영어 간 유사성이 있기는 하지만 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 언어가 외국인에게 큰 장벽이 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네덜란드어를 할 줄 몰라도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외국인은 글로벌 기업에 취업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이 네덜란드에 몰리고 기업이 또다시 글로벌 인력을 흡수하는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네덜란드 통계청에 따르면 네덜란드에 진출한 외국계 다국적기업 수는 2010년 8580개에서 2020년 1만 4525개로 69.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민자 수는 1만 3883명에서 6만 8359명으로 약 5배가 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네덜란드 사회에 반(反)이민 정서가 확산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구구조상 외국 인력 수요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며 “네덜란드의 높은 문화적 개방성이 반도체·에너지 등 국가 산업 정책과 시너지를 내는 것은 우리 이민 정책 당국도 눈여겨봐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7월 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국제업무지구 자위다스에서 다양한 인종의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있다. 암스테르담=박효정 기자
암스테르담=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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