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살이 영상 꽂힌 중남미, K뷰티엔 기회의 땅"
한국인 아내 둔 멕시코 건축학도 출신
한국 입국후 4년여 일상영상 기록
구독자 대부분인 중남미권과 소통
KOTRA와 협업, 중기제품 소개도
K뷰티 현지시장 공략에 힘 보탤것
“K팝과 K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멕시코와 다른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미지의 땅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드라마에 묘사된 모습과 같을 것이라고 오해하지만 사실 한국은 그보다 훨씬 멋진 나라죠. 풍부하고 독특한 문화와 역사·전통 등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5만 구독자의 유튜브 채널 ‘미겔입니다(MIGUEL IMNIDA)’를 운영하고 있는 미겔 수아레스(32)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제2의 고향(home)”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멕시코에서 나고 자란 그는 한국인 아내와 함께 2019년 초부터 한국에 정착, 유튜브를 운영하는 인플루언서의 삶을 시작했다. 한국 입국 브이로그를 시작으로 4년 7개월째 운영 중인 이 채널의 주요 콘텐츠는 수아레스라는 이방인의 한국에서의 삶이다. 중남미권 인구가 대부분인 구독자들은 수아레스 부부가 한국에서 딸을 낳고 기르면서 멕시코에 머물고 있는 가족과도 슬기롭게 소통하는 하루하루를 보며 응원하고 환호한다. 그는 “나는 한국에 공부하러 온 학생도 아니고 직업을 찾으러 온 사람도 아니다”라며 “우연한 기회로 한국에 살게 된 멕시코 사람이 한국에서 어떤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고, 어떻게 일을 하고 가정을 꾸려가며 살아남는지를 보여주는 일상 자체가 그들에게는 흥미로운 콘텐츠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그의 한국행은 우연에 가까웠다. 수아레스는 “호주에서 8년간 건축을 공부했고 창업을 계획하며 멕시코에서 1년 반을 머물렀는데 아내가 한국을 그리워했다”며 “임신한 후로 그 마음이 더 강해졌는데 그동안 내 꿈을 위해 오랜 기간 타지 생활을 한 아내를 위해 이번에는 내가 아내가 편히 머무를 수 있는 나라로 가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는 “나는 건축가였지만 언어 문제 등으로 한국에서 건축가로 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경력에 많은 변화를 줘야 했다”고 밝혔다. 유튜브를 시작한 것도 ‘한국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수아레스는 “유튜브를 하는 건 직업을 구하는 것과 달리 한국어도, 특별한 기술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며 “유튜브가 과연 내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분명 무언가를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막연한 기대는 빠르게 현실이 됐다. 그는 “이렇게 반응이 좋을지는 나도 몰랐다”면서 “채널 성장을 통해 기회를 얻고 친구를 만났고 인맥을 쌓을 수 있었다”며 웃었다. 일례로 그는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국내 소비재 기업의 우수 제품을 소개하는 쇼츠 영상을 찍었다. 그는 “한국에 관심이 많은 해외 바이어 등을 대상으로 한국의 우수한 중소·중견기업 제품을 알리는 영상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구독자들은 한국 상품도 흥미로워했지만 이방인인 내가 한국 주요 공기관과 협업해 영상을 찍는 모습 자체를 즐거워했다”고 했다. 유튜브는 그가 사업가로 자리잡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수아레스는 지난해 5월 라틴아메리카 화장품 유통 업체와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를 연결해주는 정보 플랫폼 ‘코스매트릭스(Kosmetrics)’를 시작했다. 그는 “내 채널의 시청자는 80% 이상이 여성이고 메인 연령층 또한 25~40세”라며 “한국 화장품을 수출할 경우 주요 소비층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내 구독자들인 셈”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한국 기업들보다 멕시코 시장을 훨씬 잘 이해하고 있으며 멕시코와 문화를 공유하는 여러 중남미 국가들의 법률과 규제에 대해서도 잘 안다”며 “중남미 시장이라는 블루오션을 K뷰티가 차지할 수 있도록 내가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금 제 목표는 코스매트릭스를 잘 성장시키는 것이지만 유튜브 역시 지금처럼 잘 운영할 계획이에요. 하나의 영상으로 수천 명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 플랫폼을 이용해 내가 새로운 기회를 얻는 것은 물론 한국과 멕시코 기업들에도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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