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인상 묶은 베를린, 집주인만 슈퍼갑 됐네
렌트하려 웃돈 주는 경우도
시민의 거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 수도 베를린 주정부가 도입한 임대료 인상 제한 제도가 오히려 시민의 보금자리 마련을 어렵게 하고 있다. 공급은 늘지 않는데 수요가 증가하자 시민 사이에서 경쟁이 심해졌고 일부는 교외로 밀려났다. 집주인만 법을 우회해 웃돈을 챙기는 모순도 나타난다.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를린이 세입자(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임대료 상한, 임대료 인상 제한 등 조치를 취한 결과 도시에 새로 정착하려는 사람끼리 집을 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FT는 "해당 조치들이 베를린에 원래 살던 일부 장기 세입자에게는 저렴한 월세를 낼 수 있게 해줬지만 새로 이사하는 사람, 특히 저소득층은 교외로 밀려나게 됐다"고 전했다.
이는 공급 대책 없는 가격 제한의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독일 연방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에 건설된 주택은 연간 목표치인 40만채에 미달하는 29만5000채로 집계됐다. 특히 베를린은 건물을 세울 공간이 더욱 부족하지만 시민들은 도시 녹지에 주택을 건설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규제가 공급 심리를 위축시킨 측면도 있다. 2020년 베를린은 5년 동안 월세를 동결했는데, 시행 후 약 1년 만에 임대주택 공급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독일 집주인은 지역별 기준 비율 대비 10% 이상 임대료를 올릴 수 없고,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에도 제한이 있다. 이에 따라 결국 임대료가 오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계 기업 딜로이트에 따르면 베를린의 1㎡당 임대료는 2018년 평균 7.3유로에서 2021년 평균 14.3유로로 2배 뛰었다. 집주인이 오히려 정책 수혜를 보는 모순도 발견된다. FT는 "급증한 수요가 집주인에게 권력을 줬고, 세입자에 대한 착취와 차별이 만연해졌다"고 보도했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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