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어샤이머 "핵무장한 북한이 비핵화보다 한반도 안정 가능성 커"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2023. 8. 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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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미어샤이머, 통일부 주최 '2023 한반도국제포럼' 기조강연
"北 핵 보유가 비핵화보다 낫다" 주장에 패널 반론 쏟아져
"北 정권안보와 국가안보를 동일하게 보고 있어"
"핵무기 역동은 인간 심리와 연결, 동의하기 어려워"
"억제만이 아니라 정치적 동기로 핵 추구, 한국 존재 자체가 北에 위협"
인권세션에서도 논란 "미래 세대위해 상상할 수 없는 일"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 연합뉴스


"핵무장한 북한이 핵무기가 없는 경우보다 한반도를 안정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30일 통일부 주최 국제포럼에서 제기됐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패널들의 많은 반론이 쏟아졌다.

미국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파를 대표하는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이날 통일부가 주최한 '2023 한반도 국제포럼' 온라인 기조강연에서 "대다수가 북한의 핵무장이 동북아 지역 불안정의 원인이라고 여기지만 이는 틀렸다"며, "북한의 핵 보유가 오히려 광범위한 관점에서 한반도 안정을 가져 온다"고 말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과거 미소 냉전시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핵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을 때 한반도의 전쟁 발발 확률이 낮아지고, (그래서) 북한의 핵 보유가 비핵화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또 "상당수가 한국이 핵무기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북한이 강압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다, 즉 핵 위협을 통해 한국이 행동을 바꾸도록 강요하여 수세에 몰리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핵무기는 궁극적인 억지 수단이기는 하지만 평시에 적을 강압하는 데에는 쓸모없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해군 함대 전략무기 발사훈련을 참관하는 모습. 연합뉴스


미어샤이머 교수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해 대남 군사적 이점을 얻을 것"이라는 주장도 반박했다. "북한이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지만 한국에 주둔한 미국의 대규모 병력과 그 가족을 고려했을 때 이런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국은 확장억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는데, 이는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미국이 핵무기로 보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핵전쟁이 초래할 끔찍한 결과를 고려할 때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 보복 가능성은 충분한 억지력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북한 비핵화가 성공해 한반도에 핵무기가 사라진다면 오히려 남북 간 전쟁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재래식 억지를 달성하는 것은 핵 억지를 달성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면서, "재래식 전쟁이 사실상 안전한 옵션이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는 특히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낮은 이유도 북한의 핵 보유로 설명했다. "미중 양국 간 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동중국해, 남중국해, 대만인데, 한반도의 가능성이 낮은 이유는 북한이 자체 핵 억지를 보유하고 있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안보 제공에 깊이 관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중국의 대한반도 군사개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핵무기 없는 북한은 취약한 상태가 될 텐데, 북한의 생존은 중국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결론적으로 "한국이 자체 핵 억지를 보유한다면 한반도가 더욱 안정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는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이와는 관계없이 북한의 핵 억지와 미국의 핵우산과의 결합은 한국에 충분한 안정성을 가져다준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핵 보유가 100% 나쁜 뉴스는 아니"라고 말했다. 

아울러 "어떤 국가이든 번영보다는 생존이 더 중요하고, 북한의 핵 보유도 생존의 동기가 가장 크다"며, "한국의 통일정책 관련 레토릭은 사실 북한 핵 보유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미어샤이머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반론을 제기하며 비판했다.

먼저 토론을 주재한 연세대 김우상 교수는 "미어샤이머 교수가 북한 정권안보와 국가안보를 동일하게 보고 있다"며, "그의 발언을 대표성 있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키야마 노부마사 일본 히토츠바시대 교수는 "핵무기의 역동은 인간의 심리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 보유가 한반도 안정에 기여한다는 미어샤이머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킷 판다 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개발 및 보유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선제타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은 역내의 불안정성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교수는 "한국전쟁 이후 50년 동안 한반도 평화가 유지됐는데 이런 평화는 핵무기가 없어도 달성됐던 것"이라며, "모든 국가들이 자국 이해를 위해 핵무기 개발의 정당성을 가진다면 핵이 난무하는 전면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토마스 쉐퍼 전 주북 독일대사도 미어샤이머 교수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 무장 동기는 억지력 추구만이 아니라 정치적 동기도 틀림없이 존재한다"며, "대한민국의 존재자체가 북한에게는 위협이기 때문에 핵을 보유하고 한미동맹 약화와 주한미군 철수를 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의 비핵화가 한반도 안정과 평화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며, "현실을 직시해 북한의 의도, 위협에 대한 과소평가 혹은 과대평가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 기조강연에 나선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은 당초 인권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강연을 준비했으나 북한의 핵 보유가 한반도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와 언급을 한다며, "북한의 핵 보유는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 인류와 관련된 것으로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 보편적 인권 가치에도 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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