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대신 성장 택한 英 노동당 vs 반시장 이념 갇힌 韓 민주당 [사설]
"공공 서비스를 위한 자금은 (증세가 아닌) 경제성장에서 나와야 한다." 우파 정당의 정강을 옮겨놓은 것 같은 이 말은 영국 중도좌파 정당 노동당의 경제 노선이다. 노동당 재무장관 후보인 레이철 리브스 의원은 최근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진보 진영의 초고소득자 대상 부유세 신설 요구에 반대하고, 현행 소득세 최고세율도 올리지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증세와 복지를 중시해온 노동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전통적인 경제 노선을 수정한 것이다. 리브스 의원은 "번영의 길이 세금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노동당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좌파 정당이지만, 2020년 키어 스타머 당수가 취임한 뒤로 대학 등록금 폐지 등 기존 좌파정책을 폐기하고 실용주의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중도좌파 사민당이 이끌고 있는 독일 연정도 29일 향후 4년간 법인세 320억유로(약 46조원)를 감면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와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안팎에서 독일 경제위기론이 커지자 연정이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과감한 감세안을 내놓은 것이다.
우리나라도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 중국 경기 침체에 수출은 급락세고 원화값도 약세를 면치 못한다. 물가만 올라 소비자들 씀씀이가 위축됐다. 이럴 때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시중에 돈이 돌게 해야 하는데 반(反)시장적 이념에 갇힌 거대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 정부가 지난해 추진한 법인세 최고세율 3%포인트 인하 안을 '부자감세' 공세로 저지한 게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올해도 가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자는 세제개편안에 대해 부자감세 틀을 씌우고 있다. 결혼하는 자녀 증여세 공제 한도를 10년 만에 현실화하는 방안조차 부자감세라고 몰아세운다. 내년 총선이 몇 달 남지 않았다.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영국 노동당을 보고 민주당이 따라하는 시늉이라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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