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남은 퍼즐 한 조각, 한일 FTA
CPTPP는 한국 진입 실패
한일 양자간 FTA야말로
한미일 협력 위한 최후퍼즐
지난 8월 18일 역사적인 한·미·일 정상회의가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렸다. 세계를 이끄는 3국의 지도자들이 강력한 안보 공동체를 천명하고, 공동 번영을 위한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선언하였다. 2012년 한미 FTA 그리고 2019년 미·일 FTA가 발효된 바 있음을 상기해볼 때, 이제 3국의 공동 번영을 위한 경제협력의 퍼즐 한 조각으로 한일 FTA를 생각해볼 시기이다.
작년 2월 1일,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우리나라에 발효된 바 있다. 한국,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 5개국 그리고 ASEAN 10개국으로 이루어진 RCEP은 GDP나 시장 측면에서 전 세계의 30%를 차지하고 있어서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이 메가 FTA가 국내에서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일본이 RCEP 회원국에 있었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일부 언론에서는 사실상 한일 FTA가 체결되었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양자 FTA는 아직도 체결되지 못한 상황이다. 2003년 한일 FTA 1차 협상이 시작된 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교착 상태에 있다. 우리 정부에서 제공하는 FTA 현황에 따르면 2003~2004년 총 6차 한일 FTA 협상이 진행되다가 중단되었고, 그 뒤로는 협상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회가 2008~2009년 4차례, 국장급 협의회는 2010~2011년 2차례, 마지막으로 2012년 과장급 협의회가 3차례 있었을 뿐이다.
이후 한일 간 무역협정 이슈는 주로 CPTPP(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RCEP 논의 과정에서 관심을 받았다. 매우 느슨한 형태의 무역협정인 RCEP은 2020년 체결, 2022년 국내 발효된 것으로 매듭지어진 반면 CPTPP는 미국의 탈퇴 이후 일본 주도하에 2018년 발효되었으나 한국은 회원국 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끝났다. 2013년 추진되기 시작했던 한·중·일 FTA 논의는 미·중 무역 마찰이 발생하면서 2019년에 중단되었고, 이후 제조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탈중국화가 강력하게 진행되는 과정이라 이 역시 사실상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 간의 FTA는 사실상 세계에서 하나 남은 거대 양자 간 FTA라고 할 수 있다. 양국의 GDP 규모나 무역 및 해외투자 규모를 볼 때 그 잠재력은 말할 것도 없고, 첨단산업에서 선두 국가라고 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매우 클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대한국 교역량은 2023년 현재 한국 총수출의 4.7%, 총수입의 7.6%에 불과하다. 경제 규모, 거리, 문화적 친밀성 등으로 볼 때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증적으로도 믿기 힘든 통상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최근 완성한 한일 제조공급망 구조와 기업 생산성에 대한 연구 결과 일부를 보면 한국과 일본 간의 중간재 무역 방향에 따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선, 금속, 컴퓨터, 전자 및 광학, 기계 및 장비, 그리고 기타운송장비 분야에서는 일본의 대한국 중간재 수출이 많을수록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 모두 동시에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반면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 분야에서는 한국의 대일본 중간재 수출이 많을수록 특히 한국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한일 FTA 협상이 재개된다면 이러한 양국의 산업적 특성을 고려한 역내 공급망 구축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새로운 선진 무역구조 전환을 위한 시장 다변화 및 수출 품목 다각화, 그리고 첨단기술 공동 개발에 기여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한·미·일 3국이 세계 첨단 제조업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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