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롯데케미칼 '회사채 역전극'
8월 회사채 발행선 자금 몰려
부동산 경기우려·고금리 압박
대내외 악재에도 양호한 성적
이달 중순 공모 회사채 발행시장이 재개된 가운데 우려가 큰 업종과 그룹 대표기업(발행사)이 양호한 수요예측 결과를 내 주목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현대건설(신용등급 AA-)과 롯데케미칼(AA)에 대한 수요예측 결과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8일 실시된 현대건설 수요예측에는 발행 예정액(1200억원) 대비 3배 수준인 3550억원이 응찰했다. 발행금리도 민간 채권 평가기관 평균 금리(민평금리)보다 크게 높지 않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앞서 지난 2월 말 회사채 발행시장이 초강세였던 당시 진행된 현대건설 수요예측 때는 응찰액(3200억원)이 예정액(1500억원)의 2배 수준에 불과했다. 발행금리도 민평금리보다 높은 '오버금리'로 정해졌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톱순위 건설사이자 재무구조가 불안정하지 않은 우량 신용등급 발행사인 현대건설조차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경기에 대한 염려 때문에 부진한 결과를 낸 셈이다.
지난 29일 실시된 롯데케미칼 수요예측에는 예정액(1500억원)의 5배 수준인 7600억원이 응찰했다. 지난 2월 말 수요예측 당시 예정액(3500억원)의 2배가 되지 않는 6150억원이 응찰한 것과 비교하면 관심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다. 부동산 PF 우발 부채가 많은 건설사로 꼽히는 롯데건설 최대주주로 롯데그룹 내 중요도가 크다.
지난 6월 말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가 롯데케미칼(AA+·부정적→AA·안정적)과 롯데지주(AA·부정적→AA-·안정적)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회사채 신용등급을 동반 강등한 데는 롯데케미칼 등급이 하향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주목할 부분은 금융시장 상황이 이전보다 좋지 않고 해당 기업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았는데도 양호한 결과를 보였다는 점이다. 미국 국채금리는 15년 만에 최고 수준인 4%대로 올라서고 중국발 염려가 더해지면서 달러당 원화값이 올해 들어 최저치인 1340원대까지 떨어졌다. 부동산 금융 영역은 국내외 부동산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GS건설이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10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며 투자심리가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롯데그룹에 대해서도 신용평가사들은 추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관측하면서도 실적 개선은 더디고 재무 부담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평가2실장은 "롯데그룹의 중장기 실적 전망과 신인도의 핵심 열쇠는 화학부문 실적 개선 수준과 재무 부담 통제 여부"라며 "화학부문의 국내외 설비 증설 투자, 유통부문의 오프라인 매장 리뉴얼, 그룹 차원의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 관련 투자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재 금융시장의 향방은 미국 국채금리가 쥐고 있고 국내 회사채 시장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우량물 위주로 보수적인 접근을 하라고 조언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는 높게 유지되면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은 상환능력 저하폭이 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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