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엽이 학폭” 휘문고 후배들 재판行…‘얼차려’ 등 체육계 풍토가 단초 [사건수첩]

오상도 2023. 8. 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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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현주엽씨에게 학창 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폭로 글을 작성한 이들이 기소되면서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현씨와 같은 학교에서 운동했던 후배라고 밝히며, "현씨가 과거 학교 후배에게 물리적 폭력을 행사했다"는 글을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현씨를 둘러싼 폭행 논란도 검찰의 판단에 따라 마무리되는 분위기지만, '기강 확립' 등을 이유로 이어온 체육계 얼차려 문화의 그림자는 당분간 파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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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엽에 학폭 당해”…檢, 합의금 노린 허위 글 판단
경찰, ‘허위 여부 불분명’ 무혐의 처분…검찰이 재수사
피고인 측 “허위 글 아닌 사실…현씨, 금전 매수” 주장
2021년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폭 논란’ 이후 후폭풍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현주엽씨에게 학창 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폭로 글을 작성한 휘문고 후배들이 기소되면서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당초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경찰과 달리 이들이 합의금을 노리고 범행한 것으로 보고, 폭로 글의 내용을 ‘허위’로 판단했다. 반면 기소된 피의자 측 변호인은 “허위 글이 아닌 사실”이라며 “(피의자 한 명을) 현씨가 금전으로 매수했고 검찰이 섣불리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소송전으로 진위가 가려질 이번 논란은 2년 전 여자 프로배구 간판스타였던 이재영·다영 자매가 쏘아 올린 학교폭력 사태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당시 체육계 전반으로 번진 ‘학폭 논란’은 국가대표 출신 간판스타였던 현씨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봇물 터지듯 이어진 학교폭력 고발이 체육계 전반을 휩쓸면서 ‘얼차려 문화’ 등 ‘공공연한’ 폭력에 경종을 울렸고, 현씨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현주엽. KBL 제공
◆ “주먹이나 발로 폭행” vs “개인적 폭력 없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현씨의 휘문고 후배인 A씨 등 2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1년 3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씨가 학창시절 후배들에게 물리적으로 심각한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현씨가 과거 학교 운동부 시절 후배들을 단체 집합시켜 원산폭격을 지시하거나 주먹이나 발로 폭행을 가했다”는 취지로 글을 썼다. 이른바 ‘얼차려’를 주면서, 손이나 발로 폭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현씨는 입장문을 내고 “당시 주장을 맡아 후배들에게 얼차려를 준 적은 있으나 개인적 폭력은 없었다”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의혹 제기자들을 고소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현씨의 휘문고 후배들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글의 내용을 두고 허위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2월11일 성남중원경찰서가 ‘불송치’ 결정을 하면서, 이 사건은 조용히 묻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합의금 등을 노리고 폭로 글을 게재했다고 판단했다. 같은 달 17일 고소인의 이의신청으로 보완 수사에 나섰고, 현씨의 후배로부터 범행 일부를 자백받는 등 계획된 범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의 기소 발표 이후, 논란은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다. 

A씨 측 법률대리인 이흥엽 변호사는 A씨 등이 인터넷에 올린 게시글은 ‘사실’이라며 검찰의 기소 결정을 반박하고 나섰다. A씨와 함께 기소된 B씨가 현씨로부터 매수돼 수사 기관에 허위 진술했다는 게 변호인 측 주장이다. A씨는 검찰에 자백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현씨의 학교 폭력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C씨가 현재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데, 해당 재판에서 현씨 측의 송금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향후 재판에선 송금 내역의 진위 등을 두고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영(왼쪽), 이다영 선수. 연합뉴스
◆ 국내 체육계 고질적 ‘얼차려’ 문화가 발단

결국, 검찰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봇물이 터진 학교폭력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직 가시지 않은 탓이다.

2021년 여자프로배구 간판스타였던 이재영·다영 자매는 중학교 시절 학폭 사실이 드러나며 사과문을 올렸지만 당시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 이 사건 나흘 만에 남자배구의 송명근·심경섭이 도마 위에 올랐고 이들은 잔여 시즌 출전을 포기했다. 

앞서 2016년에는 베이징 올림픽 남자 역도 금메달리스트인 사재혁이 팀 후배를 때려 전치 6주 부상을 입힌 사실이 드러나며 10년 자격정지를 받았다. 프로야구 선수 이택근(당시 키움)도 현역 시절이던 2015년 팀 후배에게 야구 방망이로 폭행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 2018년 3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2002년 9월에는 당시 기아 타이거즈 김성한 감독이 팀 선수를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 1994년에는 OB베어스 윤동균 감독의 체벌에 선수 17명이 집단 반발해 팀을 이탈하면서 윤 감독은 2군 선수들로 시즌을 치렀고 결국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처럼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은 두고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유도의 간판’이던 왕기춘은 2014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배를 욕하기 전에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유 없이 폭력을 가했다면 안타깝지만 맞을 짓을 했다면 맞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논란을 키웠다.

현씨를 둘러싼 이번 폭행 논란도 ‘기강 확립’ 등을 이유로 이어온 체육계의 ‘얼차려 문화’ 그림자와 얽혀서 당분간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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