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고객·역량·실질·화합으로 '뉴 KT' 만들자"

양철민 기자 2023. 8. 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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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신임대표 취임
9개월 만에 경영 공백 종료
통신강화·연공서열 타파 등
신사업보다 체질 개선 주력
연말 인사로 '색깔' 보일 듯
김영섭 KT 신임 대표가 30일 경기 분당구 KT 분당사옥에서 타운홀미팅 형태로 진행된 취임식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KT
[서울경제]

김영섭 KT 대표이사 후보자가 30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새 수장으로 선임됐다. 이로써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졌던 KT의 경영 리스크가 9개월만에 완전히 해소됐다. 김 대표의 취임으로 KT의 경영 정상화 체질 개선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4대 핵심 경영 키워드로 고객·역량·실질·화합을 제시하며 ‘뉴 KT’로의 전환 의지를 천명했다.

김 대표는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사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KT가 발전하고 굳건해 지기 위해서는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인정해야 하며 이와 함께 역량, 실질, 화합이 중요하다”며 “이 네 가지를 지향하면 1등 기업 위상은 빠른 시간 내에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4대 경영 키워드 중 고객을 가장 앞세운 것은 장기간에 걸친 ‘지배구조 리스크’로 인해 주주를 비롯한 고객들의 피로감과 실망감이 누적된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고객의 요구사항에서 차별화된 역량 발굴이 가능하다고 보고 이를 기반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 제고 및 통신사업 강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KT의 임직원 개별 역량이 경쟁사 대비 높지 않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고객이 원하는 혁신을 가장 잘 지원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높여야 하며 특히 통신 네트워크 안정 운용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이 뛰어난 역량이 있으면 핵심인재로 우대하겠다”고 밝히며 ‘파격인사’를 예고했다.

김 대표가 “KT 사업의 근본인 통신과 ICT의 내실을 다지고,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성과를 추구해야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며 통신산업 경쟁력 강화 의지를 드러낸 부분도 주목할만 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올 6월 KT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1764만 명으로 LG유플러스의 1680만 명과 비교해 이용자 수 격차가 84만 명에 불과하다. 양사 간의 이용자 수 격차가 100만 명 아래로 좁혀진 것은 관련 통계 집계 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내부의 위기의식이 상당하다. 특히 구현모 전 대표의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전환 정책이 핵심사업인 통신부분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통신과 비통신 등 전반적인 사업 전략 수정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화합’ 키워드를 강조하며 “고객가치, 역량, 실질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합심하며 해결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다만 “화합은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며 리더가 단기적인 외형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이들에게 리더 자리를 맡기지 않겠다’는 연공서열 타파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구조조정 태풍’을 우려하는 직원들의 불안 달래기에 나선 것도 눈에 띈다. 김 대표는 ‘LG그룹 출신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세간의 인식 때문인지 직원들에게 “KT인 대부분 훌륭한 직장관을 가지고 일하시는 분들이기에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의 조직개편을 포함한 경영기조는 올 연말께 단행될 인사에서 확실히 드러날 전망이다. 1967년생인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이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향후 인사에서 서 부사장의 선배 기수들이 용퇴할 가능성이 높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KT의 임직원 수가 1만9352명으로 10여년 전에 비해 1만명 이상 줄었다는 점에서 대규모 구조조정 보다는 연공서열 타파 인사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가 앞에 놓은 과제가 여럿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제 색깔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정치권이 ‘이권 카르텔’ 타파를 주문하고 있어 통신요금 인하 노력 등을 보여줘야 한다. 배임 혐의 등으로 전직 경영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신사업 진출 보다는 경영 정상화에 당분간 주력하면서 성장 기회를 엿볼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다음 달 7일 서울에서 열리는 통신박람회 ‘모바일 360 APAC’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본격적인 외부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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