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논의 불지핀 한동훈 …"집행시설 점검하라"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2023. 8. 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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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기관에 시설관리 지시
칼부림 등 잇단 강력사건에
흉악범죄자 겨냥 경고해석
사형집행 부활 공론화 시각도
법조계·시민 모두 찬반 팽팽

한동훈 법무부 장관(사진)이 최근 사형 집행 시설을 갖춘 전국 교정기관에 "시설을 제대로 유지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전국 각지에서 칼부림 등 강력범죄 사건이 빈발하는 데 따른 '강력 경고'로 해석된다. 다만 한 장관이 그간 여러 번 사형제 유지에 대해 유화적 입장을 보인 것을 감안할 때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사형제 찬반' 화두를 던지려는 포석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장관은 지난주께 사형 집행 시설을 갖춘 전국 4개 교정기관(서울·부산구치소, 대구·대전교도소)에 "사형제도가 존속되고 있는 상황이니 시설 유지를 제대로 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한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 "오래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법 집행 시설이 폐허처럼 방치돼 왔다"며 "사형을 형벌로 유지하는 이상 법 집행 시설을 적정하게 관리·유지하는 것이 법무부의 업무"라고 부연했다. 한 장관은 이어 사형 집행과 관련해 "지난 어떤 정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입장을 정한 바 없다"면서도 "사형의 집행은 사형의 형사정책적 기능, 국민의 법 감정, 국내외 상황을 잘 고려해 정해야 할 주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한 장관의 발언은 현재 전국에서 빈발하고 있는 강력범죄 사건과 관련해 교정 당국의 기강을 세우려는 목적이 담긴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특히 흉악범이나 잠재적 흉악범죄자들에 대해 '언제든 사형을 집행할 수 있는 준비는 돼 있다'는 경고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사형제에 대한 한 장관의 잇따른 행보가 점차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형 집행 부활 찬반 논의에 일조하고 있다는 의견도 법조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연이은 칼부림 난동 등 강력범죄 사건으로 사회에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 장관의 움직임이 관련 논쟁에 도화선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악질범들을 대상으로 국민사형투표를 진행하는 줄거리의 드라마가 현재 공중파와 넷플릭스 등지에서 인기인 것으로 안다"며 "사회가 흉악범 처벌에 관심을 가진 지금이 사형 집행 부활 논의를 이끌어내기에 적기일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 장관은 지난해 사형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공개 변론을 앞두고 "사형은 야만적 복수가 아니다"며 사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사형확정자의 경우 사형 집행 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보다 명확히 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사형 집행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고려할 점이 많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사형제 존폐는 법조계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주제다. 대개 검찰 측에선 사형제 찬성을, 변호사 측에선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 도중 흉악범죄자들의 극악한 의도가 느껴질 때면 '정녕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사회적 정의 실현, 죄질에 맞는 처벌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사형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서초동의 한 로펌에서 근무 중인 변호사는 "사형제가 위하력(범죄억제력)이 없다는 점은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진 바 있다"며 "보다 광범위한 국민적 토론과 공감대 형성 없이는 부활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유럽연합(EU) 등이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국가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사형제 실행국과는 자유무역협정(FTA)도 맺지 않는 등 엄격한 입장이란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한국 갤럽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69%)은 '사형제 유지'에 찬성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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