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노키즈 말고 케어키즈존 어때요
최근 '노키즈(No Kids)'를 선언하는 카페나 식당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표면적인 사유는 안전사고 예방, 조용한 분위기 조성 등이지만 실상은 아이를 동반한 일부 진상 손님 탓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보호자 부주의로 아이가 다쳐도 업주에게 책임을 묻거나, 다른 고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줘도 이를 무시하는 부모들이다. 제주도의 한 유명 카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노키즈존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며 털어놓은 진상 부모 이야기는 많은 이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업주들만큼 노키즈존에서 문전박대당한 부모들 사연 중에도 황당하고 안타까운 일이 많다. '바다를 볼 수 있는 카페라며 잔뜩 기대에 부푼 아이를 데리고 들어갔다가 개만도 못한 신세로 쫓겨났다' '아이를 아기띠에 메고 주문했는데 식당에서 음식이 나올 때쯤에야 뒤늦게 환불해줄 테니 나가달라더라' 같은 하소연이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우려한 듯한 소극적인 노키즈 공지도 이런 불편에 한몫하고 있다.
노키즈존 철회를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의 '일률적인 아동 배제'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아동 차별이라고 봤다. 즉 나이만을 이유로 이용을 제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를 주의시키지 않는 진상 부모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소란을 피우는 아이를 주의시킬 수 없는 경우 퇴장 조치를 할 수 있게 사전에 공지하는 '케어키즈존'이나 구획을 나눈 '부분 노키즈존' 같은 대안을 충분히 활용하자는 취지다.
모든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 카페나 식당을 이용할 권리가 있는 아이와 부모에게도 에티켓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헌법상 영업의 자유 역시 노키즈존처럼 남을 차별하는 것까지 허용하는 무제한적인 자유는 아니다. 진상 손님을 겪을 일이 없도록 노키즈존을 통해 아이 동반 고객 전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흑백 논리다. '노20대존' '노시니어존'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겐, 특히 아이들에겐 공존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송경은 컨슈머마켓부 kyunge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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