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누락 시 징계” 경고하더니 대법원장 후보자가 재산 누락

이혜리 기자 2023. 8. 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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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자녀 비상장 주식 취득 경위도 밝혀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소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자녀들이 9살, 11살 때 가액이 2억5000만원(2023년 현재 기준)에 가까운 비상장주식을 각각 취득한 것으로 보여 취득 경위나 증여세 납부 여부를 소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공직자 재산공개 때 가액이 10억원 가까이 되는 비상장주식을 신고하지 않았는데, 앞서 대법원은 고위법관이 재산 신고를 누락하면 징계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이 후보자가 국회에 낸 임명동의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는 자신과 배우자, 자녀 2명이 각각 2억4731만원씩, 총 9억8924만원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가 지난 3월 신고한 재산 총액(64억원)의 6분의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후보자 가족은 ㈜옥산, ㈜대성자동차학원의 주식 250주씩을 보유했다. 기존에 고위공직자는 비상장주식을 액면가로 신고했지만 실제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2020년 개정 공직자윤리법부터 평가액 또는 실거래가로 신고하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이 후보자 가족은 1인당 비상장주식을 2억4731만원씩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이 후보자 자녀 2명이 비상장주식을 보유 중이라는 사실이다. 이 후보자 자녀들의 나이는 올해 32세, 34세이다. 2000년 해당 회사들의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는 이 후보자의 설명대로라면 자녀들은 9세, 11세 때 비상장주식을 취득한 것이다. 어린이가 홀로 재산을 갖고 비상장주식을 사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조부모나 부모에게서 증여받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자녀들에게 비상장주식을 증여했는지, 증여세를 냈는지 등에 대한 자료는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해당 비상장주식의 가액 변동이 있었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인사혁신처는 공직자 재산신고 때 비상장주식의 취득일자, 취득경위, 자금출처 등 재산 형성과정과 보유량·가액 변동도 신고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유호림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은 “가족회사를 설립해 지분으로 상속하는 것은 자산가들이 조세 회피를 위해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라며 “가족 법인의 자산 구조가 어떻게 돼있는지, 자녀들에게 증여된 지분 가치가 적절하게 평가됐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소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전날 이 후보자는 이 비상장주식을 공직자 재산공개 때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20년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된 사실을 몰라서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재산신고 전 바뀐 법령이나 방법을 공지하고, 재산신고 후엔 신고된 내용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심사해야 한다. 고위법관의 경우 실수로 등록재산을 빠트리거나 잘못 기재했을 때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질의할 수 있다. 이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3월 재산공개 때 “재산 누락 등 불성실 신고자에 대해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하는 경고, 징계요구 등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된 2009년부터 재산공개 대상이 돼 올해까지 10년 넘게 매년 재산신고를 했다. 그런 이 후보자가 재산신고 대상과 방법을 제대로 몰랐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 후보자는 전날 비상장주식에 대한 직무관련성 심사청구를 했다면서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입니다만, (인사혁신처에서)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결정을 할 경우 해당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서휘원 경실련 사회정책국 팀장은 “1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주식 매각이 원칙이고 대법원장의 직무범위는 굉장히 넓은데 이 후보자가 직무관련성 심사청구를 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법을 떠나 주식을 매각하고 재산 형성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 후보자 측은 31일 “후보자 가족은 2000년 12월29일 처가 식구로부터 ㈜옥산 주식 각 250주를 증여받았다”며 “2006년 1월20일 ㈜옥산 분할로 ㈜대성자동차학원이 설립됐고, 이에 따라 후보자 가족은 ㈜대성자동차학원 주식 각 250주를 추가로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후보자 가족이 보유하는 두 회사의 주식 수는 그 후로 변동이 없다”며 “㈜옥산 주식 각 250주를 증여받을 때 증여세 신고를 했고, 그 무렵 증여세를 모두 납부했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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