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테크, 이대로면 다죽어”…징계앞둔 변호사가 본 법률시장은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8. 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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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혁 로이어드컴퍼니 대표
법률 플랫폼 알법·복대리 출시
변호사 평균 매칭 시간 ‘43초’
AI 형량 예측으로 징계 대상
“변협, 산업 고사에 큰 역할”
손수혁 로이어드컴퍼니 대표(변호사)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로이어드컴퍼니 사무실에서 매경닷컴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대영 기자]
“대부분의 변호사는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창구가 사실상 막혀 있다. 고객이 원하는 변호사와의 관계, 시장의 모델을 찾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 변호사를 만나는 모델을 어떻게 형성해 나갈 것인지 사회적으로 논의하면 더 괜찮은 시스템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법률서비스 플랫폼 ‘알법’ 운영사 로이어드컴퍼니 대표 손수혁 변호사는 지난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로이어드컴퍼니 사무실에서 매경닷컴과 만나 “이대로면 모두가 고사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존 플랫폼과 차별화한 매칭 구조 ‘눈길’
손 변호사는 리걸테크를 향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 칼날을 피해 기존 변호사 매칭 서비스와 차별화된 방식을 선보였다. 알법은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의뢰인에게 변호사가 먼저 연락을 취하는 구조다. 광고를 통해 플랫폼에 노출돼 있는 변호사들을 의뢰인이 직접 고르는 방식과 정반대다.

예컨대 의뢰인이 사건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올리면 변호업무 지원 플랫폼 ‘복대리’에 가입한 변호사 4000여명에게 해당 게시글이 전달된다. 이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맡고 싶은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연락을 취하는 방식이다. 변호사가 광고비를 내고 플랫폼에 입점하는 방식이 아닌 만큼 변협의 징계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구조다.

손 변호사가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기술을 활용해 기존 법률시장의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바꿀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손 변호사는 사업 초기 법률 관련 문서 작성을 대신해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빌린 돈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할 경우 청구할 금액 등을 입력하면 잔액·이자 등을 계산한 다음 법 규격에 맞는 소장을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서비스였다. 고객들이 굳이 비싼 돈 내고 변호사에게 가지 않더라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취지로 제작한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용자는 드물었다. 이용자들은 3만원짜리 자동 문서 작성 서비스 대신 30만원짜리 변호사 상담 서비스를 선택했다. 손 변호사는 당시 경험을 통해 고객들이 단순히 법률 지식뿐만 아니라 의지할 수 있는 지지자이자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법률시장 변화를 위한 시도는 계속됐다. 알법 네트워크의 근간이 된 복대리를 출시한 건 2020년이다. 복대리는 형식적인 법정 출석이 많은 변호사들이 본인 대신 법정에 출석해줄 말 그대로 ‘복대리’를 찾는 플랫폼이다.

복대리를 활용하면 서울에 있는 변호사가 부산 지역 법정에서 진행되는 사건을 수행하더라도 모든 재판에 일일이 출석할 필요 없이 해당 지역 변호사에게 손쉽게 출석을 의뢰할 수 있다. 변호사들의 단체대화방에서 알음알음 이뤄지던 방식을 플랫폼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손 변호사는 “변호사들이 직장 동료라는 게 잘 없는 존재여서 단톡방에서 ‘이것 좀 대신 해달라’는 등의 부탁을 하는데 이런 비효율을 해소하고 싶었다”며 “이런 단톡방을 네트워크화할 수 있다면 분명 어딘가에 쓰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 네트워크의 시작이 복대리 서비스였다”고 말했다.

복대리는 출시한 지 3개월이 지나서야 첫 거래 사례가 나왔다. 이듬해에는 6개월간 월 평균 3건씩 거래됐다. 10개월이 지나자 입소문이 나면서 월 30건의 거래가 이뤄졌고 하루 평균 30건이 거래되더니 변호사 가입자가 1000명을 넘어서게 됐다.

손 변호사는 “당시 로톡이 변호사 가입자가 2000명이 안됐을 때였다”며 “마케팅을 한 적은 없지만 지금도 변호사 가입자가 자연증가 중”이라고 했다. 현재 변호사 가입자는 4200여명에 이른다. 전체 변호사 수가 3만여명인 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인원을 가입자로 확보한 셈이다.

43초 만에 매칭…일상 속 법률 상담도 활발
손 변호사가 변협의 눈밖에 난 계기는 인공지능(AI) 형량예측 서비스였다. 판결문 약 1만건을 토대로 AI가 사건을 분석하는 서비스 ‘로이어드’를 선보인 것이 화근이 됐다. 법적 처벌을 크게 징역형·벌금형·집행유예·선고유예로 구분한 다음 분석한 결과 92% 확률로 형량을 맞췄다. 이 시기 2억원 규모의 시드(Seed) 투자를 받기도 했다.

변협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손 변호사는 로이어드를 출시한 2021년 10월 변협의 연락을 받았다. 이후 소명서를 제출했다. 변협의 징계가 이뤄진 시기는 지난 5월이다. 손 변호사도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처럼 법무부 변호사 징계위원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심의 일정은 로톡 변호사들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손 변호사는 최근 AI 형량예측 서비스를 알법으로 통합하면서 과금 요소를 뺐다. 징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 엠블럼.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손 변호사에 따르면 법률시장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가 아니다. 이미 발생한 사회적 비용을 처리하는 시장이다. 그러나 수임료도, 복대리 요청 방식도, 고객 매칭 과정도 수십년째 그대로 유지되면서 비효율을 키우고 사회적 비용만 늘리는 별난 시장이 됐다.

비효율을 최소화하려는 손 대표의 노력은 알법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알법을 이용하는 고객이 변호사를 찾을 때 소요되는 평균 매칭 시간은 43초다. 고객이 상담이나 사건 내용을 올리면 평균 43초 만에 변호사와 매칭이 이뤄지는 것이다. 최단 시간 기록은 6초다. 고객이 상담·소송 내용을 올리면 건당 변호사 25명이 몰린다. 이 가운데 고객이 원하는 변호사를 선택하면 매칭이 이뤄진다.

알법 고객 회원은 현재 6200여명이다. 상담과 소송을 포함해 총 3600건의 변호사 선임이 이뤄졌다. 평균 수임액을 400만원으로 잡을 경우 총 거래액은 약 14억원으로 추정된다.

알법의 대표 서비스 중 하나는 2만원짜리 전화상담이다. 전화상담을 통해 일상에서 겪는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2만원에 전화상담을 하는 변호사가 많겠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많다고 한다.

헤어진 연인이 자신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계정을 이용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악성 리뷰로 난처해진 치킨집 사장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모두 전화상담을 거쳤다.

“기업만 누린 법률시장의 자유, 개인도 누려야”
기존 플랫폼과 차별화된 결정적인 대목은 변호사 비용을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변호사 업계는 쉽사리 수임료를 낮추지 못한다. 한 번 낮춘 가격은 이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커서다. 알법은 해당 의뢰인에게만 수임료가 표시된다. 사건에 따라 변호사가 수임료를 탄력적으로 제안하더라라도 문제 될 것이 없는 구조다.

복대리의 성과도 만만치 않다. 변호사 간 복대리 매칭 건수는 1만7000건을 돌파했다. 복대리 매칭 경쟁률은 30 대 1에 달한다. 평균 매칭 시간은 1분이다.

손 변호사는 “온갖 커뮤니티에 법률 상담 글이 많은데 혼자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정보 수집을 하고 앓다 결국 포기해버렸던 일상적 문제들이 변호사와 대화할 수 있는 주제로 떠오르게 된 것”이라며 “소송을 하다 보면 감정의 골이 깊어져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 전에 미리 법적 분쟁을 합리적으로 차단해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에서는 리걸테크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다. 작은 위험 요인 하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투자업계 입장에서 변협과 법무부까지 얽힌 리스크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손 변호사는 “변협의 징계는 큰 문제가 있다”며 “(변협이) 전반적으로 (리걸테크) 산업을 고사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업은 자문 변호사나 외부 로펌을 통해 법률 서비스를 자유롭게 누려왔다”며 “이제 개인도 법률서비스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사회가 와야 한다는 것이 로이어드컴퍼니가 바라는 지향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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