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중외·GC녹십자 `혈우병약` 공방전

강민성 2023. 8. 3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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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헴리브라 이상사례 높아"
JW중외 "통계해석 오류" 반박
"경쟁사 제품 거론 이례적" 평가
왼쪽부터 GC녹십자 경기 용인 본사 전경, JW중외제약 과천 신사옥 전경. 각사 제공.

혈우병 치료제의 안정성을 놓고 GC녹십자와 JW중외제약이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정 제약사의 의약품을 두고 경쟁사가 공개적으로 안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슈는 최근 GC녹십자가 JW중외제약의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의 이상사례 보고율이 자사 제품군보다 높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녹십자가 국내 혈우병 치료제 시장을 주도해온 상황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 '헴리브라'의 등장으로 양사가 경쟁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공방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GC녹십자 vs JW중외제약, 혈우병 기싸움 = 혈우병은 출혈이 잘 멈추지 않는 선천성 유전병이다. 핏속에 혈액을 응고시키는 인자는 몇가지가 있는데, A형 혈우병 환자는 평생 정맥주사로 8번 응고인자(8인자)를 주기적으로 보충하거나, 피하주사(헴리브라)를 맞아 혈액 응고인자 활성도를 유지해야 한다. GC녹십자는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8인자 제제를 만들었다. JW중외제약의 헴리브라는 9인자와 10인자를 결합해 8인자를 모방하는 방식이다.

혈우병 환자는 기존 치료제의 경우 일주일에 2~3회씩 정맥주사를 맞아야 했는데, 헴리브라는 피하주사 형태로 최대 한 달에 1회 정도만 맞아도 된다. 여기에다 출혈률도 낮은 것도 장점이다. 실제 헴리브라는 지난해 국내 매출액이 62억원에 그쳤지만 올해 2분기 매출액은 44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는 월 매출이 20억원 수준이다. 국내 혈우병 치료제 시장은 GC녹십자가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영국에서는 헴리브라가 점유율 80%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점유율이 51% 수준이다.

◇GC녹십자·JW중외제약 혈전 이상 사례 '반박에 반박'= 앞서 GC녹십자는 JW중외제약의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의 혈전 이상사례 보고율이 자사 혈우병 치료제와 동일한 형태의 '8인자 제제'보다 2.8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GC녹십자는 지난 3월 출판된 유럽의약품안전관리시스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연구에서도 헴리브라 투여 후 발생한 혈전 이상사례 보고율이 8인자 제제보다 약 2.77배 높다고 밝혔다. 이에 대응해 JW중외제약은 GC녹십자가 잘못된 통계 해석을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JW중외제약 측은 "제품 간 이상 반응 발생률을 비교하려면 '각 제품의 총 투여환자수 대비 이상사례 발생 수'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GC녹십자의 발표 내용에는 총 투여 환자 수 없이 FDA에 보고된 이상 사례만 있다"고 밝혔다. 또 "헴리브라와 8인자 제제의 전체 이상 사례는 각각 2383건과 9324건"이라며 "8인자 제제의 이상 사례가 3배 이상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혈전 이상 반응 사례 역시 헴리브라 97건, 8인자 제제 134건으로 8인자 제제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GC녹십자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재반박했다. GC녹십자 측은 "보고된 총 이상 사례 중 혈전 이상 사례 비율을 비교한 연구인 만큼 혈전 이상 사례 '보고율'이 2.8배 높았다고 보는 것은 타당한 해석"이라며 "혈전 이상 사례 수의 절대값을 비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JW중외제약 측은 "각 제품의 출시 시점, 작용기전, 보고 기준 등이 다른 점을 고려하지 않고 경쟁사 약을 직접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폄하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GC녹십자는 이에 반박해 "다양한 혈우병 신약이 출시되는 가운데, 실제 의료현장에서 안전성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연구자적 관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JW중외제약에 따르면 올해 비항체 혈우병 환자들도 A형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고, 한국혈우재단에 처방목록 등재 신청도 했다.

현재 혈우재단 부설 서울의원과 산하 의원에서 헴리브라 처방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처방목록에 등재되면 매출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A형 혈우병 환자는 2019년 기준 1749명으로, 시장 규모는 15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JW중외제약 측은 "혈우재단이 안전성 이슈와 관련해서 추가 보완자료를 요청한 상태인 만큼 준비를 해서 다시 보완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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