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이별에 발칵'…전주시 "연고지 이전 일방적, 홀대한 적 없어"(종합)
[전주=뉴시스] 윤난슬 기자 = 2001년부터 이어온 프로농구 KCC 전주시대가 22년 만에 막을 내렸다.
한국농구연맹(KBL)은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KCC전주 이지스 농구단 연고지 이전 변경을 승인했다.
지난 22년간 전주하면 KCC, KCC하면 전주였던 타이틀이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번 이전설과 관련해 전주시와 KCC의 입장 차가 팽팽하다. 전주시는 "일방적이고 어처구니 없는 처사다. 홀대한 사실이 없다"고 비난하며 사실상 환승 이별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에 KCC 측은 "전주시와 신뢰가 깨졌고, 더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부산 이전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 사태에 대해 김인태 전주 부시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CC구단 측이 대화 자체를 봉쇄하고 전격적으로 이전을 추진한 것에 대해 당혹스럽고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김 부시장은 "적어도 지난 23년간 전주에서 (KCC가) 팬, 시민과 함께 했는데 양해를 구하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며 "행여나 가더라도 전주시와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완전히 차단 당했다. 시 입장에서 당혹스럽고 안타깝고 일정 부분 서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급하게 KCC 연고지 이전 문제로 이사회에 올라갔지만, KCC 구단 관계자를 만나지도 못했다"며 "KBL 총재를 만나 전주시의 입장과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으나 결국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축 체육관 공사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2017년 신축 계획을 수립한 이후 토지 매입과 투자 심사, KCC 협의 사항 반영 등 각종 행정 절차로 인해 시간이 소요됐다"면서도 "2026년 신축 경기장이 지어질 때까지 기존 경기장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국토교통부와 모색했고 경기장을 비워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KCC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KCC 최영길 단장이 브리핑을 통해 밝힌 '구단 측이 체육관을 직접 지으라는 지역 국회의원의 요청'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다는 말밖에 못 드리겠다. 체육관은 시에서 짓는 거고, 우리나라 어느 기업이 전용 구장을 지어서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사례도 없다. 아마 그렇게 대놓고 얘기할 의원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김 부시장은 "23년간 동고동락한 KCC가 떠나서 아쉽게 생각하고 지키지 못해 전주 시민과 팬들께 사과의 말씀 드린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스포츠 정책을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승수 시장 재임시절 두어차례 불거진 KCC의 이전설은 1973년 지어진 홈구장인 전주실내체육관의 낙후한 시설 등으로 인한 갈등으로 2016년부터 시작됐다.
KCC는 2001년 대전 현대 걸리버스 프로농구단을 인수하고 연고지를 대전에서 전주로 옮겼다. 당대 최고 인기스타 이상민을 중심으로 전주는 '프로농구의 메카'가 됐다.
하지만 KCC가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전주실내체육관은 관람석은 4000여 석 규모로 전국 10대 홈구장 가운데 가장 적고 지어진 지 50년이나 되면서 시설이 매우 노후화됐다.
이로 인해 KCC는 2015~2016시즌이 끝난 뒤 수원 연고지 이전을 적극 추진했으나 당시 전주시가 체육관 신축 등을 약속하면서 수원 연고지 이전을 백지화시키고 전주 잔류를 택했다.
하지만 좀처럼 진척이 없었다.
7년째 새 경기장 건립 약속이 실현되지 않은 가운데 전주시는 최근 체육관을 지으려던 부지 인근에 프로야구 2군 경기장 건립을 추진했다. 설상가상으로 전주실내체육관 부지 소유권을 가진 전북대에서 국책사업인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사업'을 위해 KCC에 2025년까지 체육관을 비워달라는 요구까지 받았다고 KCC 측은 전했다.
이에 22년간 전주와 함께했던 KCC가 전주시와 '헤어질 결심'을 한 건 불과 4개월 전. 이전을 승인 받은 시간은 단 30분에 그쳤다.
최형길 KCC 단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올해 4월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기는 했다. 새 체육관을 KCC에서 지으면 안되느냐는 문의가 들어왔다"며 "5월에는 전주시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야구장 건립 활용 계획을 논의하고, 6월에는 야구장·육상경기장 건립 착공식도 열었다. 전북대에서는 국책사업을 해야 한다며 체육관을 비워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구단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이 들겠나. 그때부터 연고지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전주시와의 신뢰가 흔들렸다.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는 단계까지 온 것 아니겠냐는 판단 하에 연고지 이전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이사회의 이전 결정이 확정되자 곧바로 환영하는 입장문을 내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은 2020-2021시즌을 끝으로 kt가 수원으로 떠난 뒤 2년 만에 다시 프로농구단을 유치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ns465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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