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지붕을 뚫는 소방차···소방안전박람회, ‘K-방산’ 마중물 될까
소방차 위로 솟아 나온 로봇팔, 그 끝의 구조물이 승용차의 지붕을 꿰뚫었다. 그 상태에서 고압의 소방수를 분사했다. 승용차 안에서부터 물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전기차 화재 상황을 상정한 시연이었다. 차 외피는 물론 배터리를 감싸고 있는 셀까지 뚫고 들어가 배터리 내부에 직접 물을 분사한 것이다. 30일 막을 올린 ‘2023 국제소방안전박람회(International fire & Safety Expo Korea 2023)’의 첫날 하이라이트였다.
박람회는 이날 대구시 북구의 EXCO(전시컨벤션센터)에서 첫날 전시 일정을 진행했다. 다음 달 1일까지 3일간 진행되는 이 박람회는 국내 유일 소방산업 전문박람회이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사고 이듬해인 2004년 시작돼 올해 19회째다.
첫날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건 전기차 화재 관련 장비들이었다. 전기차 화재진압용 특수소방차는 물론, 전기차가 주차된 자리를 순식간에 수조로 만들어버리는 제품들도 선보였다. 지하 충천소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차량 주위 4면에서 즉시 차단벽이 올라오고, 동시에 물이 그 안으로 분사되면서 차를 통째로 침수시키는 제품들이었다.
튀르키예 지진 당시 파견됐던 구조견 ‘태백이’도 이날 박람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로봇 구조견’도 그에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다. 실종자 탐지에 투입되는 소형 모델과 산소통이나 장비를 요구조자나 구조요원에게 실어나르는 대형 모델이 각각의 기량을 뽐냈다. 단순한 이동 동작은 물론, 실제 개의 동작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면서 탄성을 자아냈다.
항공기 화재 진화를 위해 설계된 항공기구조소방차 시제품은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했다. 활주로 사이의 야지나 항공기가 추락한 산악지대의 지형을 극복하기 위해 전면 하부가 30도 경사를 갖도록 설계됐다. 조만간 전국 공항에서 외산품을 대체해 나갈 예정이다.
일반인들에게 요긴한 용품들도 다수 전시됐다. 절연 테이프처럼 전선 연결 부분을 감싸는 특수 테이프는 감고 있는 전선 부위에서 합선으로 불꽃이 발생하면 테이프 내부의 초소형 캡슐이 녹아내리면서 그 안의 소화 약재가 흘러나오도록 설계됐다. 일종의 자동 소화테이프인 셈이다. 드론에 장착할 수 있게 제작된 자동 투하 구명환은 일반 상용 드론을 별다른 개조 없이 구조용 드론 바꿔줬다. 이런 제품들은 일반인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설 연구업체에 근무 중인 연구원 A씨(26)는 “연구실에서 작업할 때 안전사고나 화재 위험이 있는데, 방재에 쓸만한 제품들이 있는지 둘러보러 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박람회의 주된 목적은 ‘국내 소방산업의 진흥’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값싼 중국산 화재감지기나 저가 입찰된 부실한 감지기 때문에 오인 신고가 들어오거나, 반대로 제때 화재 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발생한다”며 “스프링클러도 제때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일부 건물들은 아예 꺼놓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결국 믿을 수 있는 국산 방재 장비가 꼭 필요하다”며 “국내 업체들이 성장하려면 세계 시장으로의 판로 개척이 꼭 필요하고, 이번 박람회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박람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졌다. 250개의 국내 업체가 참여했다. 이들 제품의 잠재적인 고객인 유력 바이어도 23개국에서 62개사가 참여한다. 이 바이어들 중에는 103개 나라에서 소방방재 시장 1위를 점유하고 있는 ‘나프코’도 포함됐다. 방재 장비를 조립하고 관련 솔루션을 통합 패키지로 제공하는 이 회사는 다음 달 1일 국내 20여 개 업체와 제품 공급 관련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후타이파 하미디 나프코 부사장은 “한국의 많은 기업과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의 수준 높은 기술력은 나프코 기업과의 비전과 딱 맞아 협력 업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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