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멈춤의 날 무조건 막겠다” 사태 키우는 교육부
교육부 중징계 방침에 잇따라 철회
교사들 “당일 병가라도 쓰고 참여”
오는 9월4일에 일부 학교가 시행하려 했던 재량휴업과 교사 집단행동 등을 교육부가 무조건 막아서면서 학교 현장의 혼란이 되려 커지고 있다. 재량휴업이 철회되자 당일에 병가를 내서라도 동참하겠다는 교사들이 여전히 많은 데다, 연가·병가를 불허하겠다는 학교장과 교사의 갈등도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9월4일은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가 되는 날이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재량휴업을 논의하던 학교들이 교육부의 중징계 방침에 잇따라 이를 철회하자 일부 교사는 연가나 병가, 가족돌봄휴가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9월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A교사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아직도 갈팡질팡하는데 병가를 내는 쪽으로 마음을 정하고 있다”며 “선생님들이 흔들려서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 교육부가 ‘교사 집단은 징계를 내린다고 하면 다 흩어진다’고 보고 더 쥐고 흔들려고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교육부의 중징계 방침이 학교 혼란을 더 키웠다고 보기도 한다. 상당수 초등학교가 학부모 의견수렴 등을 거쳐 9월4일 재량휴업을 결정하고 대신 다른 재량휴업일이나 방학을 줄이려 했는데, 교육부가 이를 틀어막으면서 오히려 ‘예측하지 못한 담임교사의 부재’를 초래하게 됐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9월4일 교사의 연가나 병가도 우회파업으로 보고 중징계 등 엄정대응하겠다고 하자, 교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30일 “그냥 당일에 아프다고 하고 출근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서울의 또 다른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B교사는 “(9월4일)학교 차원의 돌봄 대책을 세우거나 담임교사가 미리 설명해주고 자리를 비울 수 있었는데 교육부가 이를 막음으로써 오히려 혼란을 초래한 셈”이라고 말했다.
연가·병가 승인 여부를 둘러싸고 교장과 교사가 갈등을 빚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지역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C교사는 “교장이 재량휴업도 안 되고 연가·병가도 승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며 “교장이 ‘선배로서 미안하다’고 말하는데 솔직히 화만 났다”고 말했다. B교사는 “교육공동체가 가장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교육부가 교장과 교사들을 싸움으로 몰아넣은 셈”이라며 “교육공동체 회복을 막는 것이 교사들인지 징계를 남발하겠다는 교육부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해다.
일부 학부모들은 9월4일에 학교장 허가 체험학습을 사용해 자녀를 등교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30일 학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체험학습 계획 란에 ‘공교육 멈춤의 날 참여’를 기재한 교외체험학습 신청서 양식이 다수 공유됐다. 한 학부모는 지역 커뮤니티에 “엄마와 함께 ‘공교육 멈춤의 날’ 의미에 대해 생각하자고 쓴 교외체험학습 신청서를 내자 선생님께서 감사하다는 연락을 주셨다”며 “다수 학부모가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교육부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명태균 “윤 대통령 지방 가면 (나는) 지 마누라(김건희)에게 간다”
-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성남 땅 ‘차명투자’ 27억원 과징금 대법서 확정
- [단독] 허정무,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선언한다
- 최민희 “비명계 움직이면 당원들과 함께 죽일 것”
- [단독] 명태균씨 지인 가족 창원산단 부지 ‘사전 매입’
- “김치도 못먹겠네”… 4인 가족 김장비용 지난해보다 10%↑
- 4000명 들어간 광산 봉쇄하고, 식량 끊었다…남아공 불법 채굴 소탕책 논란
- 순식간에 LA 고속도로가 눈앞에···499만원짜리 애플 ‘비전 프로’ 써보니
- 체중·혈압 갑자기 오르내린다면··· 호르몬 조절하는 ‘이곳’ 문제일 수도
- “한강 프러포즈는 여기서”…입소문 타고 3년 만에 방문객 10배 뛴 이곳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