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으로 유찰될라”… GS건설 영업정지 위기에 불안한 조합들

채민석 기자 2023. 8. 3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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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선정서 단독입찰 시 자동 유찰
GS건설 vs 타 건설사 구도 원하던 조합들, 경쟁입찰 무산될까 걱정
”차라리 잘됐다” 의견 나오는 구역들도

“컨소시엄 허용까지 하면서 입찰 허들을 낮췄는데, 굉장히 당혹스럽죠.”

경기도 군포시 소재의 산본1동1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최근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지난 18일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단독입찰한 GS건설과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오는 10월에 수의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GS건설의 ‘영업정지’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간 산본1동1구역은 2021가구의 대규모 사업임에도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조합은 컨소시엄을 허용하는 등 입찰 기준을 낮춰 간신히 사업 진행의 불씨를 살렸지만, GS건설이 사업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다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30일 경기도 산본1동1구역 조합의 한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10월 4일에 시공사 선정 관련 전체회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영업정지 소식이 전해지면서 조합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입찰 마감일까지는 아직 1개월 이상 남았기 때문에 상황을 더 지켜보고 있지만,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종로구 GS건설 본사 모습. /뉴스1

이처럼 GS건설이 관심을 보여왔던 전국 각지의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GS건설의 영업정지 소식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GS건설이 최장 10개월 영업정지라는 철퇴를 맞을 위기에 처하자, 시공사 선정 절차에 차질이 생기며 사업 속도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국토교통부는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의 시공사인 GS건설과 협력업체 등에 대해 국토부장관 직권으로 영업정지 8개월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불성실한 안전 점검 수행 등의 이유로 서울시에 영업정지 2개월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이미 착공에 들어갔거나, 입찰이 완료된 사업지의 경우 이번 영업정지 처분과는 상관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GS건설이 수주를 위해 적극적으로 접촉해온 정비사업지의 상황은 다르다. 경쟁입찰로 시공사 선정을 빠르게 끝낼 수 있었지만, 단독입찰로 인한 사업지연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정비사업조합들은 2개 이상의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하는 ‘경쟁입찰’을 선호한다. 시공사 선정 공고에서 한 곳의 건설사만 단독입찰하게 되면 자동으로 유찰돼 재공고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조합은 2회 이상 공고가 유찰돼야만 시공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에, 사업속도를 위해서라도 경쟁입찰이 성사되길 바란다. 또 시공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저렴한 공사비나 추가 옵션 등의 조건을 끌어내기에도 유리하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건설경기 한파와 공사비 인상 등으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지에서의 수주 출혈 경쟁을 피하면서 수의계약이 빈번해지자 ‘경쟁입찰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1660가구 규모의 신정4구역 등 대규모 사업지도 단독입찰로 유찰을 거듭하다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GS건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노량진1구역.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 GS건설이 관심을 보이며 타 건설사와의 경쟁구도를 이루던 일부 사업지들은 경쟁입찰의 기회를 놓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GS건설이 눈독을 들이던 대표적인 구역은 산본1동1구역을 비롯해, 삼성물산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노량진뉴타운의 마지막 정비사업지 ‘노량진 1구역’, 현대엔지니어링이 입찰 의사를 보인 사업비 500억 규모의 송파 ‘가락프라자’ 등이 있다.

반면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는 GS건설을 입찰에서 원천 배제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겨서 나쁘지 않다는 조합도 있다. 수도권 지역의 한 조합 관계자는 “검단아파트 사고 발생 뒤에도 GS건설이 수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수주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입찰을 막을 근거가 없어 고심하고 있었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조합원들 사이에서 ‘차라리 잘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GS건설 측은 영업정지 처분 발표 후에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사고 원인이나 행정제재의 적정성과 관련해 청문절차에서 소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GS건설이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면, 실제 징계 확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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