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불씨 ‘직권남용’ 수사에 묶인 공수처…감사원 수사 세월 낚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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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표적감사 의혹' 등으로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최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에 대한 잇따른 고발장 접수에도 공수처는 고발인 조사를 일부 마쳤을 뿐 증거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이나 피고발인 조사 등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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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관련만 20건…1년째 강제수사 없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표적감사 의혹’ 등으로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검찰을 보완하기 위해 공수처가 출범했지만,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이 최 감사원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한 건을 포함해 공수처에 접수된 감사원 관련 고발사건은 모두 20건에 이른다.
지난해 10월엔 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표적 감사한다는 이유로, 12월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위원장 사퇴를 압박하려고 권익위를 표적 감사한다는 이유로 감사원 관계자를 고발했다. 월성원전 1호기 감사와 방송문화진흥회(MBC 최대주주) 감사 역시 짜맞추기 결론으로 인한 직권남용, 무리한 감사 등을 이유로 공수처에 고발장이 접수된 상태다. 최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에 대한 잇따른 고발장 접수에도 공수처는 고발인 조사를 일부 마쳤을 뿐 증거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이나 피고발인 조사 등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공수처 수사가 ‘직권남용’이라는 정치적 논란이 많은 혐의에 국한돼 수사 진행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직 공수처 검사는 “공수처 출범 이후 다룬 사건 대부분이 직권남용인데 이는 권력의 작용을 들여다보고 법리적으로 어려운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뇌물 등 다른 혐의와 결부되지 않는 직권남용을 단독으로 수사하기란 매우 어렵고, 수사 자체가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논란을 안고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력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25일 ‘공수처 수사·조직역량 강화’ 학술대회에서 “25명 검사, 40명 수사관, 20명 행정직원으로 구성된 조직의 수사대상 고위공직자는 7100명, 판사·검사에 대한 고소·고발 건수는 3천건에 이르러 전체를 수사·기소할 수 없다”며 “혐의사실을 파악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행정기관·감찰기구의 자료가 필요한 데 조직적 토대가 약한 공수처가 현실적으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기엔 제약이 많다”고 짚었다.
공수처는 일부 지연이 있었으나 감사원 관련 수사를 법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의 재유행과 휴가 기간이 겹치면서 일부 수사가 지연된 측면은 있다”면서도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고, 임의 수사 원칙에 따라 해당 기관에 자료 제출 협조 요청을 통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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