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민지원 나갈 군인들에 ‘어우동, 하녀, 내시’ 복장 주문한 지역축제

강원 인제군 상남면, 인근 군부대에 지원 요청하며 장병들 분장 요구 ‘논란’
제보자 “이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대민지원이냐”

‘어우동’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인제군이 군부대에 지역축제 대민지원을 요청하며 장병들에게 ‘왕, 내시, 하녀, 어우동’ 등으로 분장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었다.

지난 29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이런 내용이 올라왔다.

자신을 ‘인제군에서 군 생활하고 있는 육군 간부’라고 소개한 A씨는 오는 9월2일 ‘마의태자 축제’를 앞두고 인제군 상남면으로부터 간부 50명에 대한 협조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A씨가 첨부한 이미지에 따르면 장병들은 이번 행사에서 안전 관리, 주변 정렬, 움직이는 포토존 등 역할을 한다.

해당 표에는 간부 40여명이 ‘움직이는 포토존’으로 업무 분장이 돼 있다.

A씨는 “(해당 표에서) 안전·교통 통제 등은 이해할 수 있으나, 분장 후 움직이는 포토존은 관광객과 사진을 찍는 피에로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왕, 장군, 중전, 내시, 어우동, 하녀 등 역할에 따라 의상을 입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교대로 행사장 주변에서 ‘움직이는 포토존’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갈무리.

 
A씨는 “이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대민지원이냐”고 물었다.

그는 “관할 지자체 예산으로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면서 “개인의 초상권과 인권이 무시되는 처사인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내시, 하녀, 신하, 어우동 역할을 맡는 게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대민지원인가”라고 거듭 물었다.

해당 게시 글에 인제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군부대와 상생하자는 의미에서 요청한 일이었다”며 “불편함을 느낀 분이 있다는 소식을 들어 프로그램 수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마의태자는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의 태자로 신라 부흥 운동을 펼쳤다는 설이 있다. 상남면에는 마의태자와 관련한 지명이 많이 남아있다. 마의태자 축제에서는 신라 시대 고유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각종 체험 행사가 열린다. 

현재 부대에서는 협조를 받아들여 지원에 나설 인원을 편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