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는 것이 없으면 갈등도 없다

에디터 2023. 8. 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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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교수 부임 초기, 실험실 장비와 인력을 공유하며 함께 데이터 미팅하면서 얻어진 논문이다.

당시 연구실 회의에서 연구원이 "아폽토시스로 죽어가는 미토콘드리아의 '막전위'에서 '과분극'을 관찰하였다"고 거듭 보고하였다.

그런데 당연히 탈분극을 보여야 할 미토콘드리아 막전위가 과분극 된다는 거듭된 보고에 갈등이 일었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 막전위 과분극 현상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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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현의 의학 논문 속 사람 이야기]

논문 5: Kim JM, Bae HR, Park BS, Lee JM, Ahn HB, Rho JH, Yoo KW, Park WC, Rho SH, Yoon HS, Yoo YH. Early mitochondrial hyperpolarization and intracellular alkalinization in lactacystin-induced apoptosis of retinal pigment epithelial cells. J Pharmacol Exp Ther, 2003;305:474-481.

■김종민 동아대 의대 교수(해부학교실)

■학문적 의의: 미토콘드리아 막전위 과분극과 세포질 알칼리화 관련 규명

김종민 교수 부임 초기, 실험실 장비와 인력을 공유하며 함께 데이터 미팅하면서 얻어진 논문이다. 당시 연구실 회의에서 연구원이 "아폽토시스로 죽어가는 미토콘드리아의 '막전위'에서 '과분극'을 관찰하였다"고 거듭 보고하였다.

동아대 의대 김종민 교수(앞줄 가운데). 대한해부학회 부산경남지회장이기도 하다. [사진=유영현 교수]

여기서 세포막을 경계로 음(陰)과 양(陽)의 전하 차이에 의하여 생겨나는 전위의 차이를 막전위라 한다. 휴지기에는 막 안쪽은 음전하가, 바깥쪽은 양전하가 자리 잡아 음성 전위차를 보이는데 이를 분극이라 한다.

보통 세포가 자극을 받아 흥분하면 막전위는 휴지기보다 상승하며 이를 '탈분극'이라 부른다. 과분극은 분극보다 더 커진 전위차를 의미한다.

세포에 아폽토시스 자극이 주어지면 미토콘드리아의 막전위는 탈분극을 일으킨다. 미토콘드리아의 탈분극이 규칙적으로 관찰되자 세포사에서 미토콘드리아는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마침내 세계적 생명과학자, 귀도 크뤠머(Guido Kroemer)는 "세포사 자극을 받고 탈분극을 일으킨 미토콘드리아를 정상 세포에 넣어 주면 세포가 죽는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세포사의 조절 중추가 핵이 아니라 미토콘드리아라는 사실을 밝힌 이 발견은 생명과학에서 일대 사건이 되었다.

이후 아폽토시스 연구에서 미토콘드리아 막의 탈분극 자료는 필수 자료가 되었다. 그런데 당연히 탈분극을 보여야 할 미토콘드리아 막전위가 과분극 된다는 거듭된 보고에 갈등이 일었다.

나는 해석이 어려운 자료가 나오면 추가로 실험하지 않고 해당 자료를 논문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 막전위 과분극 현상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였다.

나는 문제를 잘 해결할 생리학 배경을 갖추지는 못하였으나, 김 교수는 생리학 연구 경험이 있었다. 우리는 힘겨운 분석을 거듭하여 마침내 과분극 기작을 밝혀내었다.

연구 결과는 1909년 창간 이래 약리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권위를 누려온 JPET에 게재되었다. 본 논문은 김 교수가 신규 임용되고, 곧 넘어야 하는 재임용 관문을 통과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논문 같이 만든 김종민 교수와는 각자 성장의 길로

하지만 이 연구 이후 우리는 함께 일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낳기 어렵다는 점을 각각 깨달았다. 나는 김 교수 임용 시 가졌던 꿈을 포기하였다. 섭섭하였다.

그런데, 섭섭해하는 나 자신을 다시 살펴보니, 신임교원 연구능력을 이용하여 내 연구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는 이기심을 가졌다는 비밀이 들통났다. 나는 곧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

김 교수는 독립된 실험실을 꾸려나갔다. 우리나라 과학상사(商社)들은 신규 임용된 교원에게 선뜻 외상으로 장비를 공급한다. 김 교수는 얼마 되지 않아 많은 장비와 인력을 모아서 실험실 인프라를 훌륭하게 구축하였다.

그 덕에 실험실 공유로 빚어질 수 있는 갈등이 나와 김 교수 사이에는 일어나지 않았다. 공유하는 것이 없으면 갈등도 없다. 김 교수와의 사이에서 얻은 교훈이다. 나와 김 교수는 지금도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 하는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다. 김 교수는 실험실 인프라를 구축하느라 지게 된 재정 부담의 후유증에 오래 시달렸다. 옆에서 이를 바라보는 나도 힘들었다.

에디터 코메디닷컴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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