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홍범도 흉상 이전 타당…자유민주 기본질서 충실해야"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정부와 야당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해병대원 사망 사건 은폐 의혹,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을 두고 한 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정부는 홍범도 장군 흉상 문제와 관련해선 "타당하다"며 추진 의지를 확인한 반면, 야당이 제기한 해병대원 사망 사건 외압 의혹은 극구 부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0일 오전 2022회계연도 결산안 심의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 "육사에서 사관학교 정체성이나 생도 교육에 부합하도록 교내 기념물 재정비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또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 과정에서 반드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우리 헌법 정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폴란드 출장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대신해 출석한 신범철 국방부 차관 또한 논의 중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신 차관은 "독립투사 5인의 흉상을 철거하겠다 하는 계획을 가졌다. 맞느냐"는 민주당 진성준 의원 질문에 "그러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는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육사 교정에서 철거하는가 하는 비판 여론이 있자 다른 네 분은 놔두고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 철거하기로 했다 그러는데 맞느냐"고 묻자 "저는 그것은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면서도 "그런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이어 수해 구조 작업 해병대원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야당의 외압 의혹 주장을 일축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지난달 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군 수사 결과를 대통령에 보고했느냐"라는 진성준 의원의 질문에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지난 28일 해병대 수사단이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넘길 예정이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전화를 걸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질책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언론에서 저도 보기는 봤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의 통화 여부에 대해선 "모른다"고 했다.
이 수석은 당시 수사를 맡았다 보직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항명'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것에 대통령이 왜 침묵하고 있느냐는 진 의원의 지적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뭐라고 말씀하실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신 차관도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이 통화한 적이 없다고 전하며 외압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그는 '장관님, 누구하고 통화하신 적 있느냐"는 진 의원의 질문에 "통화한 적 없다고 하셨다"고 답했다. 이에 진 의원이 "그걸 언제 물어보셨느냐"고 묻자 신 차관은 "오늘 아침에 물어봤다"고 답했다.
"용산에서 지시나 명령을 받지 않았다라고 이 장관이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이냐"는 민주당 민형배 의원의 질문에도 "그렇다"면서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장관의 수사 결과 보고서 이첩 보류 지시는 '국방부 장관의 권한 내 일'이라면서 "군사경찰 직무 수행에 관한 법률에 있어서 국방부장관은 해당 사령관을 통해서 지휘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신 차관은 말했다.
진 의원은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범죄의 원인이 되는 행동을 파악했을 때 경찰로 이첩되도록 군사법원법이 작년 7월 1일에 개정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 차관은 "의원님 말씀에서 빠져 있는 부분이 있는데, 수사단장이 해병대 사령관과 장관께 그 문제를 보고했다"면서 "장관이 요청한 것이 아니라 해병대 수사단장과 사령관이 직접 가져가서 보고를 했기 때문에 그 보고한 순간부터 그러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신 차관은 박정훈 수사단장의 진술서 내용 또한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질의 과정에서 박 단장이 진술서를 보여주며 "박정훈 단장이 여기다 허위 사실을 기재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신 차관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박 단장은 제 문자와 관련해서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본다"고 했다.
민 의원은 "이게 틀렸다라고 하는 증거가 없지 않느냐"면서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재빨리 특검을 하든 국정조사를 하든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차관은 "정치적 공세"라고 맞섰다.
한편 한 총리는 이날 국회 답변에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용어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한 총리는 '수협 회장이 후쿠시마 처리수라고 부르겠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정부에서 용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하는 안병길 의원 지적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야기하는 ALPS(다핵종제거설비)를 거쳐서 처리된 오염수. 저는 이것이 과학적으로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는 이미 '오염 처리수' 이런 입장도 나오고 있지만, 지금은 혼재돼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분명한 것은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오염수도 아니고 처리수라는 건 일본과 같아지겠다는 말씀으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과학적이냐 아니냐 하는 건 결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위해를 주느냐 안 주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총리는 특히 현재 '오염수'라는 표현이 통용되는 상황에 대해 'IMF 사태'라는 표현에 빗댔다.
한 총리는 "1997년 외환위기가 나서 IMF(국제통화기금)의 지원을 받았는데, 그 후에 수십 년간 우리가 'IMF 사태'라고 부르고 있다"면서 "(외환위기는) IMF와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오히려 IMF가 지원해서 외환위기를 해결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IMF 사태'라고 부르는 것과 ('오염수' 용어 사용이) 유사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여야는 이날 본격적인 질의응답에 앞서 이종섭 국방장관의 국회 불출석 문제를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이 장관은 이날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방산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국제방산전시회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의 준비 상황을 점검한다는 이유로 폴란드로 출국했다.
이에 민주당은 민감 현안에 대한 추궁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출석을 피했다고 비판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은행이 부실해서 예금자들이 잔금을 빼는 것을 '뱅크런'이라고 하는데, 정부 부실 지적을 피해 국민으로부터 도망가는 '장관 런'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을 향해 '도망간다', '장관 런'이라는 조롱 섞인 말을 하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안 좋다"며 "가급적 예우를 갖춰달라"고 반발했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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