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플루언서가 불법 다단계 포섭…서울시, ‘무늬만 방문판매’ 적발

“고액 후원수당은 극소수 상위 판매원에게만…
불법행위 피해 대부분은 고스란히 하위 판매원에게”

A씨는 소셜미디어(SNS)에서 팔로우했던 뷰티 인플루언서가 홍보하는 화장품을 보고 구매하고 싶다는 쪽지를 보냈다. 인플루언서는 A씨와 만나 “제품을 사는 것뿐 아니라 직접 판매하고 밑에 판매원이 많아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유혹했다.

서울시는 30일 민생사법경찰단이 방문판매업체나 후원방문판매업체로 등록하고서는 사실상 불법 다단계 영업을 한 특수판매업체 3곳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SNS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다단계 판매원으로 포섭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 제공

민생사법경찰단 수사 결과 이들 업체는 요건 충족이 비교적 간단한 방문판매 또는 후원방문판매업으로 등록하고 실제로는 다단계 영업을 했다. 이 방법으로 약 81억원의 부당 매출을 올렸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은 판매업자가 3계층 이상으로 이뤄진 판매조직을 갖추고 다른 판매원의 매출 실적에 영향을 받는 다단계 수당을 지급할 경우 반드시 다단계 판매업으로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A사는 방문판매업으로만 신고하고 화장품을 불법 다단계 영업 방식으로 판매했다. 이 업체는 뷰티 인플루언서를 최상위 판매원 자격으로 계약하고 이들의 팔로워를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했다. 330만원 상당의 화장품 1세트를 사면 셀러(판매자) 자격의 회원이 되고, 회원을 많이 모집해 매출이 늘면 상위 직급으로 승급되면서 수당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현혹했다. 다단계 판매조직은 최대 7단계이 이르렀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7억원의 부당매출을 올렸다.

후원방문판매업체 B사는 판매원의 매출 실적에 따라 직급을 ‘준회원’에서 최상위 ‘상무’까지 7단계로 부여했다. 후원방문판매는 판매원 자신과 바로 밑의 판매원의 실적에 대해서만 후원수당을 지급하게 돼 있다. 이 업체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장품을 약 71억원어치 팔았다.

후원방문판매업체 C사는 관할 당국에 신고한 수당 기준과는 다르게 다단계 방식의 특별 수당 지급기준을 만들어 운영했다. 매출이 떨어지자 다단계 수당 지급 기준을 마련해 지난해 9~11월 비타민제 등 건강기능식품 2억7천만원 상당을 불법으로 판매했다.

판매 조직이 외형상으로 3단계 이상으로 보이지 않아도 사실상 3단계 이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다단계 판매조직에 해당한다. 이 같이 불법 다단계 영업을 하면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등록 다단계판매업체들이 판매원을 모집하려 내세우는 고액 후원수당은 극소수 상위 판매원만 수령 가능하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 대부분은 고스란히 하위 판매원들에게만 돌아간다”고 했다. 하위 판매원이 수입을 올리는 원천이지만 모집이 쉽지 않고, 판매원으로 가입하면서 사들인 물품은 팔기도 어려워 재고로 떠안으면서 피해가 커지는 구조다.

서울시는 불법이 의심되는 다단계 업체로부터 가입 권유를 받거나 피해를 본 시민의 적극적인 제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고·제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서울 스마트 불편신고’나 서울시 홈페이지 ‘민생침해범죄신고센터’에서 하면 된다. 범죄 사실을 신고·제보하면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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