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북한 인권·해병대 수사단장 긴급구제' 놓고 충돌(종합)
민주, 해병대 수사단장 긴급구제 기각 경위 등 따져
(서울=뉴스1) 문창석 노선웅 기자 = 여야가 30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며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 '북한'을 고리로 공세를 펼쳤고, 야당은 최근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수사단장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맞섰다.
국회 운영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는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출석했다.
여당은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 불거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거론하며 야권에 대한 공세를 폈다. 인권위는 지난 6월 해당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진정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회의장에서 당시 북송 과정이 담긴 영상을 재생하며 "북쪽으로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어민을 밀어내고, 북쪽 사람들이 (어민들을) 끌고 가는 이 모습을 보면서 인권위원장으로서 어떤 생각이 드느냐"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서정숙 의원도 "사법부가 귀순한 북한 주민의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인권위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대변하고 있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귀순 의사를 명백히 밝힌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명백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인권위에서 입을 다물고 있으면 되느냐"고 비판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숨진 고(故) 이대준씨 유족이 주철현·기동민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낸 진정을 인권위가 기각한 점도 거론됐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주 의원은 이씨의 해양수산부장(葬)에 대해 "근무시간 중 딴 데서 뻘짓거리하다 사고 당해 죽은 것도 똑같이 공상 처리하자는 것"이라고 했고, 기 의원은 "최고 존엄(김정은)이 공식적인 사과까지 한 사안"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고인에 대해 금도를 넘는 발언"이라며 "우리 국민이 북한에 공격을 당해 사망했는데 당사자를 탓하는 듯한 말로 유족의 상처를 헤집고 국민의 목숨보다 김정은의 사과를 중시하는 듯한 말로 고인을 모독했다. 도대체 송 위원장은 어떤 말을 들어야 인권 침해로 느끼겠나"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양수 의원은 "인권위가 국회의장에게 북한 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조속히 완료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민주당이 이사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구성이 안 되고 있다"며 "국회의장에게 보낼 게 아니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보내는 게 어떠냐"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신림동 묻지마 칼부림 사건의 공통점은 인권위의 균형 잃은 인권 강요와 선택적인 인권 옹호로 싹튼 현재진행형 참극"이라며 "자의적 인권 해석으로 사회 혼란만 부추기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반인권적인 조직 국가인권위원회의 폐지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관련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긴급구제 신청을 인권위가 기각한 경위를 따지며 반격했다. 박 전 대령은 지난 14일 긴급구제를 신청했지만 인권위가 결정을 미루는 동안 지난 18일 징계 처분이 완료됐다. 인권위는 신청 15일 후인 지난 29일 회의를 열고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긴급구제 안건 처리는 인권위원회 본연의 업무인데 계속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무려 10일이나 지나 놓고 그때 봤더니 긴급성 요인이 충족되지 않아 기각했다는 게 말이나 되는 행태냐"며 "이런 사례가 앞으로는 있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고영인 의원도 지난 18일 김용원 인권위 군인권보호관이 인권위 긴급 상임위원회에 병가로 참석하지 않아 박 대령의 긴급구제 신청이 무산됐다고 강조하며 "박 대령의 인권을 생각하고 자신의 존재 의미가 있다면 당연히 참석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영배 의원은 채 상병 사망 수사 과정에 국가안보실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거론했다. 그는 "진상 파악을 위해 이날 오후 예정된 대통령실 업무보고에선 국가안보실에 파견된 해병대 출신의 대령을 반드시 출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측은 용산 어린이정원 출입 금지 조치를 당한 시민들이 지난 25일 인권위에 조사를 요청한 점도 지적했다. 이병훈 의원은 "국가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원의 출입이 거부된다는 건 헌법상 보장된 자유권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신속한 조사와 회복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황운하 의원은 해당 시민들이 미군 부지 환경오염 문제를 비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언급하며 "이걸 가지고 출입 금지를 한다는 게 얼마나 후진적이고 전체주의적 발상이냐"며 "정치적 견해로 인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건 인권위원회법에서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여야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도 공방을 벌였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인권위는) 필요시 적절한 대응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방류를 시작한) 지금은 (대응이) 필요한 시점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특별한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고 있는데 저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계획대로 정화가 잘 되는지 점검하고 방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위원회는 이날 오후 인권위 업무보고를 마친 이후에는 대통령실에 대한 업무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대기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채 상병 사망 수사 과정의 외압 의혹과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 현안에 대한 질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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