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중국이 앞서간다"…무기발광 디스플레이, 韓-中 속도전

이재윤 기자 2023. 8. 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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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자료사진./사진=LG디스플레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무기발광 디스플레이(iLED)' 시장을 선점하려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과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차세대 제품인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에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3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패널 시장은 지난해 1400만달러(약 185억원)에서 올해 2700만 달러(360억원)로 증가했고, 2027년 5억8000만 달러(약 77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마이크로 LED를 중심으로 하는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는 나노LED, 퀀텀닷(QD) 등이 포함된다.

무기물 소재는 유기물 보다 수명이 길고 화질 열화나 번인(Burn-in)이 덜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이론적으로 밝기도 OLED보다 밝아서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현재는 마이크로 LED는 100㎛(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주요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5~50㎛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건 중국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마이크로 LED를 적용한 제품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였지만 문제는 주요 제품이나 기술이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억3000만원 상당의 89형 마이크로 LED 선보였고, LG전자는 136형 마이크로 LED TV를 출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디스플레이 화소(픽셀)' 측면에서 중국에 다소 뒤쳐진 상황.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기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품보다 개선된 화질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화소 크기가 작아지더라도 발광 효율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 기술력인데, 중국과 대만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차츰 잃어가게 된 건 2011년 초 LED가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부터다. 삼성과 LG 등 국내 주요기업들은 LED시장을 미리 선점하고자 뛰어들었으나, 예상 밖의 규제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마이크로 LED칩을 중국과 대만에서 공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제조 생태계도 열악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는 중국이 90곳인 반면 한국은 40곳에 불과하다. 한국은 패널 제조 분야에선 글로벌 1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화소 기술력과 소부장 등 전반적으로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한국이 반도체 분야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만큼, 빠르게 기술력을 키우면 글로벌 시장을 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마이크로 LED는 웨이퍼(반도체 기판)에서 만들어 지는데 반도체 기술력이 뒷받침 될 경우 빠르게 생산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6인치 웨이퍼를 사용하는데, 앞으로 8인치로 확대해 생산량을 늘리는 과정이 요구된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디스플레이 업체 이매진(eMagin)을 2억1800만달러(약 2900억원) 인수한 이유도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이다. 이매진이 보유한 '다이렉트 패터닝(dPd)' 기술은 마이크로LED의 핵심 기술력으로 평가 받는다.

정부도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생태계 조성을 위해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9일 무기발광 산업 육성 얼라이언스를 개최하고 1조원 규모의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및 생태계 구축'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중국에 빼앗긴 '디스플레이 1위' 자리를 2027년까지 탈환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6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혁신전략의 일환이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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