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이는 러시아産 PC...CPU 제조사 '바이칼' 청산 위기
(지디넷코리아=권봉석 기자)러시아 PC 업체들이 인텔·AMD 등 미국산 CPU 대신 사용했던 자국산 CPU 생산 업체 '바이칼 일렉트로닉스'가 오는 9월 경매에 넘어간다.
지난 해 10월 파산을 선언한 모회사인 T플랫폼즈(T-Platforms) 파산관재인이 바이칼 일렉트로닉스의 지분과 IP(지적재산권) 등을 경매에 넘기고 부채를 상환하기로 한 것이다.
T플랫폼즈는 오는 9월 말 경매에 내놓을 유·무형 자산의 가치를 총 4억 8천400만 루블(약 66억 1천400만원)로 잡았다.
그러나 바이칼 일렉트로닉스가 가지고 있는 반도체 IP(지적재산권)가 이미 10년 이상 뒤처진데다 대만 TSMC에 위탁하던 제품 생산 역시 지난 해 2월 이후 중단된 상황이라 경매 낙찰 여부는 불투명하다.
■ 작년 2월 이후 Arm IP 기반 러시아산 PC 등장
인텔, AMD, 엔비디아 등 미국에 본사를 둔 PC 핵심 부품 공급 업체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제히 신제품 공급을 중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윈도 운영체제 신규 공급을 중단하면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모두 신규 조달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벨라루스 소재 PC 제조사들은 Arm IP(지적재산권)를 바탕으로 생산된 SoC와 리눅스 운영체제를 이용해 PC를 생산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핵심 부품을 우회 수입해 윈도 운영체제 기반 PC를 만들었다. 지난 해 말 벨라루스 민스크 소재 가전업체 호리존트(Horizont)는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 탑재 윈도 노트북을 출시했다.
■ 8코어 '바이칼 M1', 작년 2월 이후 추가 생산 중단
현재 러시아산 PC에는 바이칼 일렉트로닉스의 바이칼 시리즈, 그리고 러시아 소재 모스크바 스팍연구소가 개발한 옐브루스 프로세서가 주로 쓰였다.
바이칼 M1은 2012년 Arm이 출시한 코어텍스-A57 IP(지적재산권) 기반 8코어 프로세서로 데스크톱PC와 노트북 등에 탑재됐다. 과거 대만 TSMC를 통해 위탁생산됐지만 이마저도 지난 해 2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 추정에 따르면 지난 해 옐브루스와 바이칼 프로세서 기반 PC는 1만5천 대, 서버는 8천 대 생산에 그쳤다.
■ T플랫폼즈 유·무형 자산, 오는 9월 말 경매행
여기에 러시아산 CPU 수급 문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하나 더 등장했다. C뉴스와 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이칼 일렉트로닉스 모회사인 T플랫폼즈가 파산절차에 따라 다음 달 관련 유·무형 자산을 경매에 넘길 예정이다.
T플랫폼즈는 2002년 슈퍼컴퓨터와 CPU 설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회사이며 2012년경 바이칼 일렉트로닉스를 설립한 모회사다. 그러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 년만인 지난 해 10월 본사가 위치한 모스크바 법원의 파산 선고를 받았다.
모스크바 법원이 임명한 T플랫폼즈 파산관재인은 바이칼 칩의 IP와 각종 특허, 바이칼 일렉트로닉스 주식 346만 주 등 총 4억 8천400만 루블(약 66억 1천400만원) 상당의 자산을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경매 예정일은 오는 9월 26일이다.
■ 성능·전력 효율 모두 떨어지는 구형 IP...낙찰 여부 불투명
문제는 T플랫폼즈가 경매에 내놓을 자산들의 가치가 심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바이칼 M1은 2012년 개발된 제품으로 2-3년 전 개발된 Arm IP 기반 SoC와 비교해도 성능이나 전력 효율성 면에서 열세에 있다.
지난해 10월 바이칼 일렉트로닉스가 개발한 서버용 48코어 칩 'BE-S1000X' 역시 시제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바이칼 일렉트로닉스는 당시 이 칩이 인텔 제온 골드 6148이나 AMD 에픽 7351 등 서버용 프로세서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낸다고 주장했지만 두 칩 모두 6년 전 출시된 제품이다.
바이칼 일렉트로닉스는 지난 7월 엔비디아와 경쟁할 만한 수준의 AI 칩을 개발한다고 밝히고 인력 채용에 나섰지만 이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도 불투명하다.
결국 현재로서는 바이칼 일렉트로닉스 뿐만 아니라 반도체 IP 모두 새 주인을 찾기 어렵다. 단 러시아 정부가 반도체 안보 차원에서 이들 자산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권봉석 기자(bskwo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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