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트이나 했더니"…조선·철강·자동차 업계 '노조 리스크' 습격

배지윤 기자 2023. 8. 3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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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노조 31일 부분파업…현대차노조 파업투표 가결·포스코노조도 투표 예정
업황·실적 개선 이어지자 노조도 강경해져…핵심 제조업 타격 우려
ⓒ News1 DB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HD현대중공업(329180)과 포스코, 현대자동차(005380) 등 국내 대표적인 제조업체들이 동시에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에서 진통을 겪으며 산업계에 '파업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업황이나 재해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실적이 호전됐거나 업황 회복에 들어선 상태여서 노조측도 한층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오는 31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노조는 당일 오후 2시30분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한다.

지난 24일 조합원을 상대로 △기본급 12만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격려금 350만원 지급 △성과급 지급 △휴양시설 운영 특별예산 20억원 확보 등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찬반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했으나, 68.78%가 반대표를 던지며 부결된 데 따른 조치다.

협상 결렬의 가장 큰 이유는 업계 대비 낮은 기본급 인상이다. 당초 노조는 올해 교섭 키워드로 '고정급 중심의 임금인상'을 설정하고 최초 기본급 18만4900만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을 제시했지만, 기본급 인상폭이 낮아 대부분의 조합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최근 포스코 노사 임단협 교섭도 결렬됐다. 창립 55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노조 측은 임단협 회의에서 △13.1%의 기본급 인상 △조합원 대상 포스코홀딩스 주식 100주 지급 △정년 연장(60세→61세)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노조가 요구한 23건의 요구안 가운데 5건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교섭을 중단했다.

향후 포스코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신청을 통해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투표가 가결되면 포스코 역사상 최초의 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상반기 상장사 영업이익 1위에 오른 현대자동차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25일 노조의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91.8%(재적 대비로는 88.9%)로 가결됐다. 노조 측은 "사상 최대 참여율과 역대 최고 찬성률은 올해 임단협 승리에 대한 조합원의 열망"이라며 파업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주식 포함)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각종 수당 인상을 담았고, 별도 요구안에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만 64세로 연장하는 안을 추가했다. 특히 노조 측은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맞춰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법이 정하는 정년인 60세 이상의 연장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업계 노사 갈등으로 인한 파업 위기가 들이닥치면서 조선·철강·자동차 등 핵심 산업의 생산성 하락과 수출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업의 경우 10여년 만의 슈퍼 사이클이 돌아와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여전히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이 진행되면 선박 건조 공정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임직원 사기 진작과 생산성 향상도 문제다. 경쟁사인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5일과 여름휴가 전 임단협을 조기 타결해 생산성 향상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불리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 역시 이번 임단협 결렬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 및 정상화를 위해 생산성 향상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포스코는 지난해 힌남노 여파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인 4조8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주요 전방산업인 건설경기 침체와 수입 철강재 유입 등으로 하반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현대차 역시 올해 하반기부터는 '피크 아웃'(정점 후 하락) 가능성이 커지는 데다 미래 성장 동력인 전기차 시장에서 글로벌 가격 인하 경쟁에 따른 출혈이 불가피해 긴장을 늦출 형편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교섭 장기화와 파업 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질 경우 우리나라 핵심 기간산업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노사 갈등 장기화로 주요 산업이 살아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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