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범에 테이저건 쐈다가 피소…저위험 권총, 쏠 수 있을까

김지성 기자, 최지은 기자 2023. 8. 3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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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흉기 난동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경찰이 이상동기 범죄와의 전면전에 나섰다.

예산 확충과 함께 경찰 1인당 저위험 권총 1정 보급이 추진될 예정이다.

지방의 지구대에서 근무한 적 있는 한 경찰관은 "(저위험 권총 도입으로) 방어장치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환영"이라면서도 "어떤 물리력 단계에 해당하는지, 탄피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총알 재보급이 얼마나 수월할지 등이 논의돼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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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서 흉기를 들고 경찰과 대치 중인 30대 남성의 모습. (트위터 캡처) /사진=뉴스1

#. 지난 26일 서울 은평구 한 주택가에서 30대 남성 A씨가 양손에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렸다. 경찰은 A씨 요구에 따라 치킨과 소주를 사다 주며 설득에 나섰다. 경찰은 테이저건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테이저건을 겨누거나 발사하면 오히려 피의자가 다칠 우려가 있어 설득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흉기 난동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경찰이 이상동기 범죄와의 전면전에 나섰다. 정부는 관련 예산을 확대 편성하고 저위험 권총 등 추가 장비 보급도 약속했다. 일선 경찰들은 방어 장비 도입을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장비를 적극 사용했을 때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4년 정부 예산안에서 범죄 대응 예산은 1조1000억원 책정됐다. 올해 3000억원에 비해 약 3.6배 늘었다. 이상동기 범죄 관련 예산은 1319억원으로 기존 553억원에서 3배쯤 증가했다.

예산 확충과 함께 경찰 1인당 저위험 권총 1정 보급이 추진될 예정이다. 저위험 권총은 일반 리볼버형 권총과 외형은 비슷하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든 저위험 탄두를 활용한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탄환과 비교해 물리력이 10분의 1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머리, 목 등 신체 취약 부위에 명중할 경우 치명적 부상을 입힐 수 있다.

일선 경찰들은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따를 것으로 봤다.

지방의 지구대에서 근무한 적 있는 한 경찰관은 "(저위험 권총 도입으로) 방어장치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환영"이라면서도 "어떤 물리력 단계에 해당하는지, 탄피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총알 재보급이 얼마나 수월할지 등이 논의돼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대상자 행위와 경찰 물리력 사용 정도.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경찰은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에 따라 현장에서 대응한다. 범죄의 종류, 피해의 경중, 저항의 강약, 대상자가 소지한 무기 종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장 경찰관의 관점에 따라 물리력을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물리력 사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현장 경찰관 판단에 의존하는 데다 이후 책임이 일선 경찰관에게 집중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서울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현행 매뉴얼에 '이럴 때는 이렇게 하라'고 쓰여 있기는 하지만 결국 현장 상황에 맞게 경찰관이 판단하라는 취지"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매뉴얼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0년 한 흉기 난동범의 유족이 테이저건을 발사한 경찰에 손해배상소송을 걸었다. 당시 테이저건을 맞은 흉기 난동범은 본인이 들고 있던 흉기에 찔려 숨졌다. 법원은 테이저건 외에 다른 장구가 있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제압이 가능했다는 취지로 유족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서울 남부지역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권총 등을 사용해 문제가 생기면 민·형사상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경찰끼리는 '권총을 던져서 범인을 잡아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며 장비 사용 시 경찰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경찰이 저위험 권총을 선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전문가들도 경찰이 민·형사상 소송 부담 없이 매뉴얼에 따라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직무 수행 중 필요한 경우 무기류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후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압박감이 크다"며 "이때 '나 홀로 소송'이 되지 않도록 징계, 책임 등에 대해 상당한 면책 요건이 사전에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무기류 문제라기보다 경찰이 무기를 사용한 뒤 받게 될 징계 걱정에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문제"라며 "미국 FBI(연방수사국)의 경우 치명적 부위에 무기를 사용할 때의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준비돼 있는데 한국은 경찰 무기 사용 수칙이 뭉뚱그려 만들어진 측면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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