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장 뭐했나”…KCC 연고지 부산 이전 결정에 팬들 ‘발끈’
전주시는 30일 입장문을 내고 “KCC가 전주시와 사전 협의는커녕 통보조차 없이 졸속적이고 일방적으로 이전을 결정했다”며 “이는 전주시와 시민, 농구팬들을 우롱하는 처사로 눈앞의 이익만을 찾아간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전주시는 “KCC 홈구장 철거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하고 복합스포츠타운에 건립할 새로운 홈구장도 보조경기장을 포함해 2026년까지 완공할 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고자 했다”며 “그런데도 KCC는 만남을 피하고 행정을 신뢰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짜놓은 각본처럼 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지역 농구팬들은 전주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을 통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한 채 “전주시와 시장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 했느냐”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한 농구팬은 “전주시가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KCC가 그동안 8년이나 전주시의 홈구장 건립 약속을 믿고 기다려 온 것으로 안다”며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건립해야 할 홈구장이 아직 시작도 안 해 결국 연고지를 이전하게 된 것”이라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밖에 많은 팬과 시민도 우범기 전주시장과 전주시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전주시가 약속을 어기며 구단을 홀대해 놓고 이제와서 화를 내느냐”, “명문구단 KCC를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다니 실망스럽다”, “새만금 잼버리를 망치더니 이젠 KCC마저 뺏기느냐”, “너무 억울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답답하다”, “변명하지 말고 KCC와 시민에게 사과하라”는 등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전주시는 이날 오전 KBL이 이사회를 열어 KCC 프로농구단 연고지 이전 승인을 내리기 전날까지도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진행 상황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야구장 서두르고 방빼라니…” KCC 홀대에 ‘감정싸움’ 도화선
KCC 연고지 이전은 전주시가 추진 중인 프로야구 2군 경기장 건립이 KCC의 마음을 떠나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주시는 지난 6월말 스포츠타운에서 야구장 건립 착공식을 했는데, 완공 시기가 2025년으로 KCC 농구단 홈구장(2026년)보다 1년 빠르다. 50년이 된 낡은 구장을 사용 중인 KCC 농구단으로서는 아직 실체조차 없는 프로야구 2군 유치를 위한 야구장 건립에 밀린 셈이 돼 서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홈구장 부지 소유권을 가진 전북대학교에서 정부 지원 교육사업 추진을 위해 2025년까지 KCC에 체육관을 비워달라고 요구해 이전을 자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KCC 이지스는 2001년 대전 현대 걸리버스 프로 농구단을 인수한 뒤 22년 동안 전주를 연고지로 해왔지만, 홈구장 사용과 신축 이전 등을 둘러싸고 전주시와의 이견 대립 끝에 감정싸움으로 번져 결국 연고지까지 옮기게 된 셈이다.
한편, 부산시는 KCC 농구단의 연고지 이전 결정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KCC 농구단 부산 이전으로 그동안 남자농구단에 목말라 있던 시민에게 수준 높은 농구 관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고 명문구단이 최고 연고지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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