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과 싸우는 아르헨 ‘1위’ 극우 대선후보 “교황은 똥덩어리, 공산주의자, 악마”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국인 아르헨티나의 대선 예비선거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하며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떠오른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의원이 교황을 향해 지속적으로 비난을 퍼부으며 교황과 대결을 펼치는 모양새가 됐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밀레이 후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외 계층을 돕는 ‘사회정의’ 교리는 내세운다는 이유로 그에 대해 “망할 공산주의자”라거나 “지구상의 대표적 악마”라는 등 막말을 쏟아왔다.
극우 성향의 밀레이 후보는 중앙은행을 폐쇄하고 공식 화폐를 달러화로 대체하자거나 자유롭게 장기매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등 극단적인 주장을 펼쳐왔다. 그는 특히 사회보장 정책 축소, 세금 최소화, 공기업 민영화, 무상교육 중단, 무료 공공의료 폐지, 총기 합법화 등을 내세우며 아르헨티나를 ‘자유주의 낙원’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임신중단법 폐지를 촉구하거나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도 불리는 밀레이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공격적인 어조, 막말 등으로 논란을 일으켜왔다. 전 세계적으로 큰 권위와 영향력을 갖고 각국 정상들로부터 존중과 예우를 받는 교황 역시 그의 타깃이 됐다.
밀레이 후보는 과거 트위터(현 엑스)에서 교황을 태그하며 “예수님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조롱했다.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교황의 교리는 대부분 세수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는 밀레이 후보에게는 ‘절도’와 같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교황은 “세금은 부의 재분배를 촉진하는 정의의 표시”라고 밝힌 바 있다.
밀레이 후보는 또 교황을 향해 “더러운 공산주의자”라거나 “똥 덩어리”라고 지칭하면서 “전 세계에 공산주의를 전파한다”는 등 반복적으로 악의적 글을 남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전에 고국 아르헨티나에서 극우 정치가 부상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는 지난 3월 언론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 대선 관련 질문을 받고 “극우주의는 항상 스스로 재건한다”며 “이는 이기주의가 공동체주의에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밀레이 후보를 겨냥한 듯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이 국가의 구세주가 되는 것이 두렵다”고 우려했다.
교황은 현재 밀레이 후보의 비난에 대해 직접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그는 “그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신 건강을 위해 무시한다”며 “나는 그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정치 경력이 전무했던 밀레이 후보는 아르헨티나 대선을 두달 앞두고 지난 13일 열린 예비선거에서 30.04%의 득표율로 2위와 9%포인트의 격차를 내며 ‘깜짝’ 1위를 차지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페론주의 정치인이자 변호사인 후안 그라보이스는 밀레이 후보를 “거짓 선도자”라고 부르며 아르헨티나의 심각한 경제 위기 때문에 그가 인기를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피리 부는 사나이의 음악은 모든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달콤하게 들린다”며 “하지만 유권자나 피리 부는 사나이를 탓하기 앞서 정치인들이 저지른 실수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국민의 다수가 가톨릭 신자라는 점에서 교황을 조롱하는 발언은 밀레이 후보의 대선 가도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밀레이 후보는 예비대선 이후 “종교 지도자로서 교황을 존경한다”며 태도가 변화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스페인 매체 엘데바테는 “밀레이 후보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립은 아르헨티나와 세계에 존재하는 이념적, 문화적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는 평화로운 공존과 상호 존중에 대한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만약 밀레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아르헨티나 정부와 가톨릭 사이에 긴장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사회 내 취약한 부문에서 교회가 펼치는 자선 사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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