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민영 방심위원, MBC프로그램 심의 30건 중 28건은 ‘솜방망이’
손석희 JTBC 대표이사의 접촉사고 관련 정정보도 청구 사건의 경우 지난 2020년 6월 선고됐던 1심 판결에선 정 위원과 소속 법무법인 이름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하지만 2심인 서울고등법원의 변론종결일인 지난 2022년 7월엔 정 위원이 이 사건의 MBC측 담당변호사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된다. 즉 최소한 정 위원은 2022년7월부터 2022년12월29일까지 손 대표의 접촉사고 관련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SBS를 상대로 MBC를 변론했고, 이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인 12월19일부터는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정정보도 소송에서 MBC측을 변호했다.
그렇다면 MBC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확인되는 2022년7월 이후 정 위원의 MBC 관련 방송심의 결과는 어땠을까.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그는 지난해 7월부터 통신심의소위로 자리를 옮긴 올 1월까지 총 30건에 대한 MBC 및 MBC 관계사 심의에 참여했다. 이중 14건에 대해 문제없음 의견을 냈고, 행정지도의 일종인 권고는 7건, 의견제시는 7건이었다. 방심위에서 법정제재로 평가받는 주의와 주의를 위해 이뤄지는 의견진술은 각 1건에 불과했다. 즉 총 30건 중 28건에 대해선 사실상 솜방망이 처분이 이뤄진 것이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방송사 입장에선 권고과 의견제시 등 행정지도는 사실상 문제가 없다는 의견과 동일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손 대표의 접촉사고 관련 정정보도 청구소송 대법원 결론이 나오기 보름전인 2022년 12월13일, 객관성 위반으로 심의에 오른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대해 “(MBC)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의결을 소위에서 밝혔다.
또 지난해 8월 공정성 위반 문제로 심의에 오른 MBC 라디오 ‘표창원의뉴스하이킥’에 대해서도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이 방송 진행자는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성희롱 논란에 대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조치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은 “공정성을 잃은 이야기를 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엄밀하게 법이 이같은 이해충돌방지를 위한 절차를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회의에서 수임사실을 공개했다는 것 만으로는 이해충돌방지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힘들다. 또 이해충돌금지법의 취지상 사건 수임 사실 등 사적이해관계 사실을 밝히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피를 해야 이해충돌 관계가 해소된다.
2021년 7월23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정 변호사는 이후 방송심의소위에서 각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를 맡았고, 지난 1월이후 현재까지 통신심의소위에서 활동 중이다. 통상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방심위 위원들은 소위를 옮기며 의견을 개진하고 이후 전체회의에서 최종 심의결과가 도출된다.
정 위원과 그가 속한 법무법인은 MBC와 관련한 사건을 다수 수임했다. 그는 과거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민·형사사건,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등의 비위 의혹을 제기한 MBC PD수첩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사건 등을 맡았다. 또 정 위원이 소속된 법무법인은 MBC 스트레이트 방송 관련 금지가처분 소송, MBC 대표이사 등 해임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했다.
전날 방심위의 황성욱 위원장 직무대행은 정 위원의 이해충돌 방지 규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에 관련 사실을 고발 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위원에게도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 등 위원회 심의 대상 사업자를 대리하거나 고문, 자문 등을 제공한 적이 있는지 사실확인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황 직무대행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방심위는 그동안 공정성에 관해서 끊임없는 논란이 있어왔다. 이번 사건을 통해 방심위의 공정성 전반에 대해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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