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또 '찔끔' 금리 인하…"게임체인저 아냐" 실망만(종합)

김정남 2023. 8. 3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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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기 부양차 주담대 금리 또 인하
시큰둥한 시장 "찔끔 부양책 도움 안돼"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김겨레 기자] 중국 국영은행들이 경기 부양차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내린데 이어 디플레이션 국면을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의중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기대하는 ‘바주카포’(대규모 부양책을 담은 경제 정책)가 아닌 ‘찔끔’ 부양책이라는 것이다.

(사진=AFP 제공)

中 국영은행, 주담대 금리 또 인하

블룸버그는 2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주 중국 대형 국영은행들이 38조6000억위안(약 6995조원) 규모의 미상환 주담대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공상은행, 건설은행 등 대형 국영은행들이 모두 인하에 동참한다. 그 대상은 생애 최초 주택 취득을 위한 대출로 한정한다. 중국 주택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신규 대출의 80%가 생애 최초 주택 대출이었다. JP모건체이스는 새 주담대 금리를 기존 대비 0.6%포인트 낮은 4.18%로 추정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번 인하가 중국 경제성장률을 0.1~0.2%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인민은행은 최근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1년 만기 LPR을 기존 3.55%에서 3.45%로 내렸는데, 이 효과를 제외하고 주담대 금리 인하만으로 성장률을 소폭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이와 유사 조치를 취했던 적이 있다.

국영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 역시 내릴 예정이다. 그 폭은 0.05~0.20%포인트 정도다. 지난 6월 0.05~0.10%포인트 내린 이후 또 인하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미 대형은행들의 이같은 계획을 승인했다. 이르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

중국 당국이 주담대 금리와 예금 금리를 동시에 인하하는 것은 소비 지출을 촉진하고 증시로 자금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돈을 은행에 묵히지 말고 시중에 돌게 하겠다는 의도다. 중국은 지난달 말부터 소비 진작, 증시 활성화, 부동산 안정을 위한 각종 부양책 패키지를 꺼내 들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번 조치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찔끔’ 정책이라는 것이다. 래리 후 맥쿼리그룹 중국 책임자는 “사람들의 신뢰가 여전히 낮아 (이번 금리 인하는)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인위적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같은 실망감에 이날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0.04% 상승하는데 그쳤다. 장중 한때 하락 전환하기도 했다. 간밤 미국 뉴욕 증시가 1% 안팎 일제히 급등하면서 아시아 증시 전반에 훈풍이 불었지만, 중국 본토 증시는 부진했던 것이다. 선전 선분지수(0.28%↑) 역시 상대적으로 오름 폭이 작았다.

“찔끔 부양책, 게임체인저 아니다”

이뿐만 아니다. 증시 부양을 위해 신규 기업공개(IPO)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조치가 민간 기업의 자금 조달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CSRC는 전날 신규 주식 공모를 단계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신규 IPO가 증시 투자 자금을 빨아들이면 다른 주식들의 가격을 대거 떨어뜨릴 수 있는데, 이를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현재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에서 상장을 위해 대기 중인 기업은 650곳이 넘는다.

다만 시장에서는 향후 중국 IPO 절차가 복잡해지고 심사 기간이 길어져 민간 기업의 자금 조달에 어려워질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앤드루 콜러 오리엔트캐피탈리서치 전무는 “IPO 속도를 늦추는 것은 증시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경제 부양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민간의 자본 접근만 약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금융시장을 다룬 ‘붉은 자본주의’의 저자 프레이저 하위는 “(IPO 제한은) 중국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신탁회사인 중룽국제신탁의 최대주주인 징웨이 섬유기계가 자발적인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불안감을 키웠다. 징웨이는 전날 중국 선전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서류에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상장폐지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룽국제신탁이 ‘그림자 금융’의 중심에 있는 기업으로 꼽히는 만큼 경제 전반으로 위기가 전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그림자 금융은 전통적인 은행과 달리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비(非)은행 금융산업을 통칭한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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