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신고서 내라"만 세 번째 …진원생명과학, 유증 물건너가나

박미리 기자 2023. 8. 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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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억원 유증 추진, 지난 3년 총 2457억원 조달
대표, 작년 보수 총 94억원…회사는 18년째 적자
"특정임원 보수, 회사 재무상태 및 손익 큰 영향"
"주간사와 협의해 진행…유증 철회는 안해"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진원생명과학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세 번째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았다. 19년째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회사임에도 대표이사의 보수는 연 100억원에 육박한 점, 2020년부터 작년까지 5차례에 걸쳐 유증 및 전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외부자금이 2457억원에 달하는 점 등에 대한 지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진원생명과학이 유증을 계속 추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진원생명과학은 "현재 유증을 철회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시 주어진 3개월 안에 증권신고서를 정정해 제출하기로 했다.

진원생명과학 정정신고서제출요구 /사진=공시 캡처

30일 진원생명과학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진원생명과학에 따르면 금감원은 "8월 17일 제출된 진원생명과학 증권신고서 심사결과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아니한 경우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번은 금감원의 세 번째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5월 818억원(현재 667억원으로 축소) 규모 유증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금감원에서 계속 정정을 요구하면서 유증 일정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 세 번째 정정 요구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같은 달 유증을 결정한 클리노믹스, CJ바이오사이언스 등은 이미 유증 자금 납입까지 마쳤다.

진원생명과학은 앞서 두 번의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연구개발 진행정도 △구체적 코로나19 백신 연구개발 자금 사용내역 △박영근 대표, 조병문 전무 등 경영진 급여 및 법인카드 사 내역 △수주계약 내용 △과거 임원 증자 참여현황 △배임 이슈에 따른 위험 등 내용을 보강해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 유증 당위를 뒷받침하긴 부족했다. 이에 따라 진원생명과학은 3개월 내 또 한번 유증 당위를 보강해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기간을 초과하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유증은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지난 3년간 잦았던 자금조달, 오랜 적자 속 박영근 대표의 과한 보수 수준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진원생명과학은 유증으로 △2020년 1월(납입일 기준) 198억원 △2020년 7월 764억7500만원 △2021년 9월 1137억6000만원을, 전환사채 발행으로 △2020년 11월 240억원 △2022년 4월 117억원을 조달했다. 총 2457억3500만원 규모다. 이번 유증까지 합산하면 지난 3년간 진원생명과학이 조달하려는 자금은 총 3124억3500만원으로 늘어난다.


박 대표는 2021~2022년 진원생명과학과 자회사 VGXI로부터 연간 100억원에 육박하는 보수를 받았다. 진원생명과학에서 2018년 23억원, 2019년 18억원, 2020년 41억원, 2021년 68억원, 2022년 56억원, 올 1~6월 20억원의 급여를 받았다. VGXI까지 합산하면 박 대표 보수는 2018년 38억원, 2019년 45억원, 2020년 81억원, 2021년 100억원, 2022년 94억원, 올 1~6월 24억원으로 늘어난다. 진원생명과학이 2004년부터 작년까지 영업적자를 내고, 올해도 영업적자 가능성이 큰 상황이란 점에서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박 대표의 책정된 보수는 그 동안 진원생명과학 영업적자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급여는 영업이익 산출 전 차감하는 비용(판매·관리비)이기 때문이다. 진원생명과학도 증권신고서 내 '배임 이슈에 따른 위험'을 고지하는 부분에서 "지속적인 대규모 적자에도 박영근 대표이사에 2020년부터 현재까지 약 186억원, 조병문 전무이사에게 약 36억원을 지급했다"며 "특정 임원들에게 지급됐던 급여 및 상여금 등은 회사의 재무 상태 및 손익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일단 진원생명과학은 또 한번 증권보고서를 정정해 제출하겠단 계획이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와 관련해선 주간사와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재 유증 철회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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