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정율성·홍범도' 이념 공방…여 "역사 무시" vs 야 "색깔론"(종합)
야 "독립군은 독립군으로 음악가는 음악가로 기려야"
[서울=뉴시스] 이승재 하지현 최영서 기자 = 여야는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광주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과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을 둘러싼 이념 공방을 이어갔다.
여당은 광주 출신 중국 혁명음악가인 정율성을 '김일성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인물'이라고 규정하면서 해당 공원 조성 사업은 우리 역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활동 이력을 지적하면서 육사 내 흉상을 두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이러한 정부·여당의 행태를 두고 색깔론을 덧씌우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홍범도 흉상 이전 등 도마 올라
그러면서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명분 같은데 이를 위해 우리 역사를 깡그리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라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선열들이 강기정 광주시장의 안일한 역사 의식에 대해 무덤 속에서 통곡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홍 장군은 역대 대통령들이 인정한 독립운동가로서의 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지만 공산주의 활동 이력이 있는 분에 대해 독립운동가로서의 업적은 기릴 수 있어도, 주적을 분명히 하고 대적관을 확실히 해야 하는 육사에 (흉상을) 전시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렇다. 육사에서 사관학교의 정체성이나 생도 교육에 부합하도록 교내 기념물 재정비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타당하다고 본다"고 발언했다.
야당은 정부·여당이 철 지난 이념 공세를 벌이고 있다는 점을 집중 추궁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래 윤석열 정부가 다시 광주에 이상한 이념의 색깔을 덧씌우려고 하는 것 같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이런 선언을 했다고 본다. 역사에 대한 평가를 기준이나 원칙 없이 마구잡이로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박민식 보훈부 장관을 겨냥해서는 "지자체에 대해 감사하거나 시정명령하거나 법적 조치를 하려면 법 위반 사항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며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사업이 지자체 사업인데 무슨 근거로 조치를 하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박 장관은 "문제는 법 중에 가장 중요한 법인 대한민국 헌법 1조에 위배된다"고 답했고, 민 의원은 "뭉뚱그려 헌법으로 몰고가려 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이어 민 의원은 과거 박 장관의 의원 시절 '중국이 중점 추진 중인 일대일로 전략에 부산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공산주의자인가"라고 쏘아붙였고, 박 장관은 "왜 그렇게 침소봉대하나"라고 맞섰다.
또한 박 장관은 '철 지난 색깔론'이라는 민 의원의 주장에 "색깔론이 아니다. 색깔론은 아닌 사람을 낙인 찍는 것이고, 인민군을 인민군이라고 하는 게 왜 색깔론인가"라고 말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 신범철 국방부 차관에게 '과거 홍 장군 흉상을 설치할 때 졸속으로 결정했나. 소련 공산당 가입 이력 등을 확인하지 않았나'라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
이에 신 차관은 "성급하다는 표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국방장관 불출석 두고 설전…야 "장관런" vs 여 "과한 표현"
국회 예결위 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이날 오전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국회 예결위에서는 기관장 불출석할 때 위원장과 간사에게 불출석 사유를 설명하고, 양해 구했을 때 한해 허용하고 있다"며 "저는 이종섭 장관 불출석 허용한 바 없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국방부 장관 불출석 요청서가 의원실에 접수된 것은 지난 23일"이라며 "막대한 국방 예산, 작년 기준 54조원이 넘는 금액을 편성 받는 국방부 장관인 만큼 결산심사에 성실히 임해야 하는 점, 고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크게 제기되는 시점인 만큼 출장 일정을 조정할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에 육사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등 독립지사의 흉상 철거가 큰 논란이 되고 있고, 장관이 국방위에서 답변한 내용도 논란이 됐다"고 부연했다.
이 장관은 폴란드 국방부 장관과의 면담을 사유로 30~31일 국회 예결위에 모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예결위 일정은 지난달 25일 공지된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조정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강 의원은 "얼마 전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잼버리 현안 보고를 해야 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출석하지 않고 장관을 찾으러 다닌 촌극 벌어진 적이 있다"며 "이번 국방부 장관 불출석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부실해서 예금자들이 자금을 빼는 것을 뱅크런이라고 한다"며 "정부 부실의 지적을 피해 국민으로부터 도망가는 '장관런'이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은 "국민 눈으로 보기에는 사실상 도망간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항명 아닌가"라며 "박정훈 수사단장에게 항명죄를 뒤집어씌울 게 아니라 이 장관이 대통령의 가장 최근에 있었던 지시사항을 어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당도 이 장관의 불출석 자체에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근거를 대면서 야당의 공세에 맞섰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외유성도 아니고 개인 신상의 이유로 불출석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조건 이 자리에 없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을 향해 '도망간다', '장관런'이라는 조롱 섞인 말을 하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안 좋다"며 "가급적 예우를 갖춰달라"고 했다.
같은 당 전주혜 의원은 "국정을 위해 출국한 장관을 두고 도피를 했다고 몰아가는 것은 아무리 불출석한 부분에 대한 유감이 있는 것을 감안해도 과한 표현"이라며 "도피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야당의 적절한 의사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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