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오른 KT 김영섭號] 고객·역량·실질·화합 `네바퀴` 경영… 통신·ICT 내실부터 잡는다
SI회사 출신 CEO 역할 주목… AI 등 신성장 동력 확보도
"KT가 발전하고 굳건해지려면 고객에 대한 생각을 기반에 단단히 두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역량, 실질, 화합'까지 네 가지를 지향하면 1등의 위상을 빠른 시간 내에 찾을 수 있다고 본다."
KT 새 수장에 오른 김영섭 신임 대표이사는 30일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열린 취임식에서 "KT가 개선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임직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변화와 혁신을 위해 이뤄야 할 사안을 강조했다.
2년 7개월간 '통신 공룡'을 이끌어 갈 김영섭 대표에게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통신 기업 '맏형'인 만큼 인프라 구축, 네트워크 운영 고도화 등 통신 본업의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는 것은 기본이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도 승부를 걸어야 한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은 통신 본원의 가치뿐 아니라 AI(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UAM(도심항공교통) 등 비통신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KT는 구현모 전 대표 시절부터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를 내세우며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장기간 이어진 경영공백으로 주요 의사결정과 투자 집행이 사실상 '올스톱'돼 있었다.
◇ '디지코' 계승할까…미래 먹거리 발굴 과제로 = 김 대표는 "KT의 혁신성장 전략인 '디지코'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도 ICT의 본질적인 역량이 핵심"이라고 밝혀 구 전 대표가 내세웠던 디지코 비전을 사실상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디지코 2.0'을 예고했다. 시장이 포화하면서 통신업계에서도 DX(디지털전환)가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나아가는 핵심 키워드인 만큼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김 후보자가 SI(시스템통합) 기업 LG CNS를 이끌었던 전문성과 식견이 KT의 새 비전에도 녹아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때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렀던 SI 기업들이 최근 DX 흐름의 중심에 나선 만큼, KT의 체질과 사업방식을 더 민첩하고 혁신적으로 바꾸는 데 방향타가 돼 줄 가능성이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취임식에서 "좀더 빠른 속도로 역량을 모아서 ICT 고수가 돼야 한다"며 "우리가 잘 지원할 수 있는 1등 ICT 역량이 갖춰지면 다양한 영역에서 성장의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ICT 대전환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추진해온 AI·로봇·빅데이터·클라우드 등 모두 성장성이 있고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디지코 방향은 같이 가되 선택과 집중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영솔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신사가 추진하는 비통신 분야에서 SI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는 만큼 SI 회사 LG CNS에서 대표를 역임한 신임 CEO의 역할이 유의할 수 있다"며 "외부 민간기업 출신 CEO로 조직에도 변화와 함께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형식보다 본질에 집중…네트워크 관제센터 첫 일정 = 김 대표는 취임식 후 첫 일정으로 노동조합 상견례와 함께 과천 KT 네트워크 관제센터 방문을 정했다. 미래 먹거리도 중요하지만 통신 본업의 가치와 본질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핵심 키워드로 '실질'을 강조할 정도로 김 대표는 형식보다 실질과 실용을 중시하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LG CNS CEO 시절에도 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세 가지만 보고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KT 업무파악 때도 원자료 제출을 선호했다고 한다.
인수위원회도 꾸리지 않으면서 한 달 가까이 업무현안 비공식 보고를 받는 등 '정중동' 행보를 이어왔다. 인수위 조직을 만들라는 건의와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하고 경영진들을 만나서 현안 등을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 주주가치 제고·임단협 등 내·외부 과제 = 주주가치 제고도 김 대표에 주어진 과제다. 올해 KT는 장기간의 경영 공백 리스크로 주가 부진이 이어져 오다 경영공백이 해소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날 주총에 참가한 주주 배용환씨는 "김 대표는 CFO(최고재무책임자)부터 사업본부장 등을 지내며 재무와 사업에 두루 역량을 갖췄다. LG CNS 대표를 맡은 기간에 큰 폭의 성장을 이뤄냈다"며 "KT의 실질적 성장을 이끌고 주주환원 정책을 폄으로써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높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직 쇄신과 내부 임직원의 신뢰 확보, 임단협을 무리없이 해 내는 것도 과제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 등 외부의 눈높이와 주문에 대응하고 그에 맞춰 내부를 변화시키는 것도 숙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KT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CT 기업으로 5G, AI, 클라우드 등 ICT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CEO가 확정된 만큼 KT 사업모델의 고도화와 혁신, 서비스 향상을 통해 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국내 ICT 산업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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