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마스크걸’에는 회귀·빙의·환생이 없다

변지희 기자 2023. 8. 3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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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빙의·환생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회빙환'이라는 단어는 최근 웹툰·웹소설 업계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재벌집 막내아들' '데뷔 못하면 죽는 병걸림' 등이 회빙환을 활용한 대표적인 인기 작품이다.

문제는 최근 연재를 시작한 작품들이 천편일률적으로 회빙환 요소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출판사들은 독자들이 회빙환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작가들에게 회빙환 콘셉트를 넣기를 권하고, 네이버·카카오에는 비슷한 요소가 담긴 작품들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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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빙의·환생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회빙환’이라는 단어는 최근 웹툰·웹소설 업계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재벌집 막내아들’ ‘데뷔 못하면 죽는 병걸림’ 등이 회빙환을 활용한 대표적인 인기 작품이다. 이 같은 유행이 국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선 2010년쯤 평범한 주인공이 다른 세계로 이동해 영웅적인 존재가 되는 만화들이 인기를 끌었다. 독자들이 시원시원한 스토리 전개와 더불어 작품 속 주인공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기를 원하면서 판타지적인 요소가 필수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문제는 최근 연재를 시작한 작품들이 천편일률적으로 회빙환 요소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웹툰·웹소설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보면 열에 아홉은 회빙환 요소를 담고 있다. 한 웹소설 작가는 “소설 속에 주인공이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는 설정을 넣었더니 출판사에서 이 능력을 빼고 회빙환 요소를 넣으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회빙환 설정을 넣지 않으면 작가들이 연재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고 있다.

작품들의 다양성이 사라지게 된 이유를 어느 하나만 콕 찝어서 말하기는 어렵다. 작가들은 주로 문피아 같은 웹소설 플랫폼이나 출판사를 거쳐 네이버나 카카오에 작품을 낸다. 출판사들은 독자들이 회빙환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작가들에게 회빙환 콘셉트를 넣기를 권하고, 네이버·카카오에는 비슷한 요소가 담긴 작품들이 넘쳐난다.

작가들이 네이버, 카카오 같은 양대 플랫폼에 직접 작품을 출품하는 통로는 좁아졌다. 다양한 작품이 발굴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신인 작가 등용문 중 하나였던 네이버웹툰 베스트도전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지 오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아마추어 작가 자유 연재 공간인 웹툰리그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웹툰 기반으로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던 ‘이태원 클라쓰’는 카카오 웹툰리그를 통해 발굴된 대표 작품 중 하나다. 그런데 판타지 요소는 조금도 들어있지 않다. 꼭 회빙환만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마스크걸’도 네이버 베스트 도전만화 출신의 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직장인 ‘김모미’의 일대기로,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뤘다. 마스크걸 역시 회빙환 설정이 없다.

마스크걸은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시간 순위 5위 내외를 유지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김모미의 이야기가 한국을 넘어 인간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담았기 때문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는 우리 주변에 꼭 한 명은 있을 것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작가는 각각의 캐릭터 특징을 극대화시켜 캐릭터간 갈등을 만들어 내고 생각할거리를 던진다. 질투와 동경, 사랑과 증오, 경계심과 유대감 같은 상반된 감정이 한 인물의 내면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인과관계를 통해 보여준다.

회빙환 설정의 작품 중 이런 고찰이 담긴 작품은 거의 없다. 자극적인 요소를 단순히 나열한게 대부분이다. 회빙환 같은 판타지 요소들은 주인공이 맞닥뜨린 어려움을 고민없이 너무나 쉽게만 풀어간다. 작년 말 방영된 ‘재벌집 막내아들’도 그래서 비판을 받았다. 과거로 회귀한 주인공이 앞으로 벌어질 일을 모두 알고선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다가, 미처 해결 못한 문제들이 쌓이고 쌓였다. 주인공이 궁지에 몰리자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고 해버린 것이다.

진부하고 천편일률적인 스토리로 글로벌 독자들, 시청자들까지 설득하기는 어렵다. 웹툰, 웹소설을 기반으로 드라마와 영화까지 여럿 만들어지는 만큼 해외에서도 통하는 다양한 K-콘텐츠들이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변지희 테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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