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멘탈'·'밀수' 등 여름 톱5 흥행 비결은 20대 입소문? (종합) [N현장]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극장 여름 시장에서 흥행한 영화들의 공통점 중 하나로 20대 관객들의 입소문이 꼽혔다.
조진호 CGV 국내사업본부장은 30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2023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여름 시장에서 성공한 영화들은 △20대 관객들의 NPS(Net Promotor Score, 고객추천지수)가 높고 △2주차 관객 감소율이 낮으며 △특별관 포맷 개봉에 유리한 작품들이었다고 분석했다.
관객들의 NPS는 추천의향 10점,9점의 합에서 추천의향 0점부터 6점까지를 뺀 뒤 이를 총 응답 인원수로 나눠서 산출했다. 28일 기준 여름 시장 흥행 톱5 작품은 '엘리멘탈' '밀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1' '콘크리트 유토피아' '오펜하이머'인데, 다섯 작품 모두 20대의 NPS가 전체 NPS와 비교할 때 10%에서 20% 가량 높게 나타났다. 조 본부장은 "20대가 관객들이 어떻게 바이럴을 하는지에 따라 달라졌다"며 20대 입소문의 영향에 대해 강조했다.
'2023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은 CGV가 2023년 국내 영화시장 및 트렌드를 리뷰하고, 앞으로의 전략 및 계획 등을 밝히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날 허민회 대표는 "CGV는 코로나 이후 최초로 반기 기준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긴 암흑의 터널을 벗어나 희망을 보았다"며 "이러한 상반기 회복세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전사 기준 74% 관객 수를 회복하고, 2019년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반기에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자본확충을 마무리해 한 단계 도약해 나갈 것"이라며 "신용등급 상향과 차입금 상환을 통한 금융비용 감소 등 안정된 재무 및 수익구조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2023년 국내 영화시장 분석…한국 영화 점유율 36%
올해 상반기 국내 영화시장 관객수는 5839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수 점유율은 35%였다. 이는 2017~2019년의 한국영화 관객수 점유율 평균(57%) 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올해 최고 흥행을 기록한 영화는 한국영화 '범죄도시3'였다. '범죄도시3'는 '아바타: 물의 길'보다 10일 빠른 3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서는 가장 높은 신규 및 회복고객 비중(30.5%)을 나타냈다.
조진호 본부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관객들의 영화 선택이 까다로워지고, 눈높이도 높아졌지만 '범죄도시3'나 '엘리멘탈' 같이 볼 만한 콘텐츠가 개봉하면 극장을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영화 흥행을 주도하는 세대와 연령대의 폭이 넓어지고, 콘텐츠별로도 세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문병일 데이터 전략 팀장은 특별히 한국 영화의 점유율이 낮은 것에 대해 "한국 영화의 부진이라기 보다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OTT와 다양한 채널이 생겼다, 그로 인해 고객들이 깐깐하게 (영화를)보시는 영향이 있을 것 같다"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그때 개봉 못한 영화들의 개봉이 밀리면서 최근에 많이 개봉한 상황이다, 그 영화들이 선택을 못 받고 있는 거라고 보고 이 부분은 많이 개선이 됐다, 앞으로도 좋은 한국 영화들이 나올 거고 한국 영화 호응률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월별로 올해 CGV를 방문한 고객의 연령별 티켓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극장을 방문하는 연령층이 콘텐츠별로 차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월에는 '아바타: 물의 길'이 3040세대에서 절반 이상인 56.8%의 티켓 비중을 기록했다. 2월부터 4월까지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의 역주행과 N차 관람 영향으로 1020세대 관객 비중이 큰 폭으로 늘었다. 5월과 6월에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등 할리우드 대작과 '범죄도시3'가 흥행하며 1월에 이어 3040세대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7월부터 현재까지는 여름 성수기 한국영화 기대작과 함께 '엘리멘탈'의 장기 흥행에 힘입어 전 연령대의 관객이 극장을 방문하고 있다.
◇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영화 소비 트렌드
CGV는 코로나19 이후 CGV를 방문한 고객의 영화 소비 행태를 분석해 △소확잼 △역주행 △서브컬처의 부상 △비일상성 등 4가지를 변화된 영화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제시했다.
'소확잼'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재미'의 줄임말로 관객이 확실한 재미가 보장된 작품을 선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평균 관람 시점도 전보다 늦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9년 10.8일에서 최근 1년간은 15.1일로 나타나 4.3일 늘었다. 특히 이런 경향은 1020세대에서 두드러졌다. 10대와 20대의 평균 관람 시점은 2019년 대비 각각 6.3일, 4.7일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고객은 주차별 티켓 비중에서도 과거와 달라진 패턴을 보였다. 2019년 개봉한 '극한직업'은 개봉 1주차에 20대 티켓 비중이 37%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지만, 지난 7월 개봉한 '밀수'의 경우 개봉 1주차부터 3주차까지 20대 티켓 비중이 24%, 25%, 27%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입소문과 SNS 바이럴 마케팅 영향력이 확대되며 주차별 관객 유입이 증가하는 '역주행' 트렌드도 나타났다. 올해 대표적인 역주행 작품으로는 '엘리멘탈'이 꼽힌다. '엘리멘탈'은 개봉 3~4주차에 1~2주차보다 많은 관객 유입률을 보였다. 1주차, 2주차에는 각각 10.5%와 12.3%였지만, 입소문을 바탕으로 3주차에는 16.4%, 4주차에는 16.9%를 기록했다. 역대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영화 중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한 '겨울왕국2'의 경우 1주차 관객은 42.5%를 차지했다. 이후 8주차까지는 주차별 관객 유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을 볼 때 흥행 패턴이 과거와는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나만의 가치소비 확산에 따른 'N차 관람의 대중화' '재패니메이션 인기' 'ICECON'(CGV얼터콘텐츠 브랜드) 콘텐츠 흥행 등 '서브컬처의 부상'이 세번째 트렌드 키워드로 제시됐다. 과거 천만 대작영화 중심의 N차 관람 문화가 최근에는 미들급 영화로 소비 저변이 확대됐다. 최근 1년간의 N차 관람 횟수는 전 연령대에서 증가했으며, 특히 올해 N차 관람 문화의 대표 주자는 재패니메이션 콘텐츠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의 전체 작품 중 재패니메이션 콘텐츠 비중은 11.9%로 2019년 대비 6.1% 증가했으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28.6%로 가장 높은 N차 관람율을 보였다.
마지막은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비일상적인 경험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늘고 있는 '비일상성' 경향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특별관이다. 최근 1년 동안 CGV의 특별관 티켓 비중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4.5% 증가했다. 매출액 또한 2019년 대비 7.6% 증가했다.
CJ CGV 조진호 국내사업본부장은 "새로운 영화관람 트렌드를 바탕으로 CGV만의 강점인 ONLY 콘텐츠와 특별관 확대, 차별화된 경험 마케팅 등의 노력을 통해 고객의 극장 방문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관람료 인상 문제
코로나19 이후 관객들의 관람 패턴을 바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극장 관람료 상승의 문제다. 조진호 본부장은 이날 Q&A 시간에 "(관람 패턴을 바꾼 원인으로)관람료 인상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가격 문제 뿐 아니라 20대는 선택지가 많고 볼 것도 많고 할 게 많고 갈 곳이 많다는 요인도 있다, 극장 관람료가 오른 것 뿐 아니라 교통비, 식대 등 극장 관람에 부가되는 모든 가격이 올라서 커보이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람료는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이 1000~2000원 인하 수준이 아니다, 10000원 정도의 수준(을 원하는데)인데 이는 2016년 이전 가격 정도라 현실과 너무 괴리가 있다, 가격으로 저항감이 있는 고객에 대해서는 프로모션으로 고객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상승에 비해 객단가가 낮은 점도 지적을 받았다. 조 본부장은 "타사에 대비하면 CGV가 높은 걸로 확인했다, 절대 금액보다 낮은 이유는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게 있다, 올해 7월초, 8월 같은 경우 한국 영화 대작이 4편이 나왔고, 3월, 4월, 5월은 한국 영화 비중 낮아서 살려야 한다는, 극장의 좌석을 비우면 안 되겠다는 배급사와의 공감이 있어 극장에서 관람을 하지 않는 직군을 대상으로 타깃팅을 해 할인 프로모션을 했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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