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내년부터 주말 당일치기 관광 땐 입장료 내야”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아온 이탈리아 북부 도시 베네치아가 내년부터 주말 당일치기 여행객에게 입장료를 받기로 했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에 따르면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당일치기 여행객들에게 입장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입장료를 얼마로 책정할 것인지는 아직 논의 중이다.
브루냐로 시장은 해마다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곤돌라 노젓기 대회인 ‘레가타 스토리카’나 가톨릭 축일과 같은 역사적인 날에는 입장료를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입장료는 관광객이 가장 몰리는 주말에 받게 될 가능성이 크고, 사전 예약을 하고 베네치아에 들어오는 관광객에게는 입장료를 할인한다.
브루냐로 시장은 “이 방안은 도시를 잘 관리하고, 여기에서 거주하고 생활하며 일하는 모든 사람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박물관을 예약 방문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물의 도시’로 유명한 베네치아는 지난 수년간 관광객 과잉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 베네치아 인구는 5만명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한해 동안 약 320만명의 관광객이 베네치아를 찾았다.
이로 인해 생활 물가가 오르고 주거비도 치솟으면서 원주민들은 점차 베네치아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있다. 베네치아 역사지구 내 인구는 1961년 13만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5만명 미만으로 줄었다.
앞서 베네치아는 2018년 관광객 유입을 줄이기 위해 입장료 징수 조례안을 만들었으나 시행이 거듭 미뤄졌다. 2018년 큰 홍수로 인해 도심의 75%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잇따르면서 계획이 연기됐고, 2020년부터는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거듭 미뤄졌다. 올해 초 입장료 징수가 다시 추진되는 듯 했으나, 입장료 면제 대상을 두고 다시 또 논란이 일었다.
베네치아가 속한 베네토주 당국은 베네토 주민들이 입장료를 면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베네치아시는 당일치기 여행이면 예외를 둘 수 없다고 맞서며 교착 상태에 빠졌다. 여기에 도시 방문을 예약하는 웹사이트 개설도 늦어지면서 입장료 징수는 내년으로 연기됐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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