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라는데…베트남 전기車업체의 ‘이상 급등락’ [세모금]

2023. 8. 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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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오토쇼에서 포착된 베트남 전기차업체 빈패스트의 로고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연일 급등세를 이어온 베트남 전기차업체 빈패스트의 주가가 29일(현지시간) 하루만에 약 44% 폭락했다. 이로써 상장 2주만에 시가총액 기준 세계 3위 자동차 제조사로 이름을 올린 빈패스트의 ‘돌풍’이 일단은 조정국면에 돌입한 모양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43.84% 폭락한 46.25달러로 마감했다. 주가가 82.25달러까지 치솟으며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 가운데 시총 3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던 전날(28일)과 비교해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된 것이다.

설립된 지 불과 6년, 지난해 판매 자동차 7400대에 불과한 신생 전기차업체의 주가는 지난 15일 나스닥 상장과 동시에 급등을 거듭했다. 거래 첫날 이미 시총 기준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앞질렀고, 이후에도 2주 동안 주가는 700%나 폭등했다. 시총 또한 2000억달러에 근접한 1900억달러(251조원)로 불어났다. 빈패스트의 시총은 단숨에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선 것은 물론이고, 테슬라와 도요타에 이어 세계 자동차기업 시총 3위사로 급부상했다.

지난 2021년 빈패스트 베트남 공장 조립라인의 모습 [로이터]

문제는 빈패스트가 그만한 가치를 지닌 기업이냐는 점이다. 일단 ‘신생’ 전기차 제조사로서 빈패스트의 실적은 아직 미미하다. 지난 2017년 베트남 최대기업인 빈그룹의 계열사로 설립된 빈패스트는 2년 뒤인 2019년에 첫 차량을 테스트 출시했다. 이어 크로스오버모델을 처음으로 고객에게 인도한 것이 2021년 12월이다.

지난 6월 규제당국에 신고된 자료에 따르면 빈패스트는 올 초 3개월동안 6510만달러(860억8824만원)의 수익을 창출한 반면, 같은 기간 발생한 손실은 5억9830만달러(7914억3124만원)에 달한다. 판매 물량도 많지 않다. 포브스는 “6월 기준 미국 도로에 등록된 빈패스트사의 전기차는 137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빈패스트는 올해 4만5000대에서 최대 5만대의 차량을 판매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테슬라의 올해 차량 인도 목표인 180만대와 비교조차 힘든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빈패스트의 올해 차량판매 전망은 지난해 GM이 올린 판매고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빈패스트가 출시한 차들이 엄청난 제품력을 자랑하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빈패스트의 중형모델인 VF8의 경우 미국시장 판매 이후 많은 리뷰어들의 혹평을 받기도 했다. 자동차 전문매체 잘로프닉(Jalopnik)은 ‘VF8은 매우매우 별로다’란 제하의 리뷰에서 “내가 몰아본 현대식 자동차 중 최악의 바디컨트롤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빈패스트 역시 자사의 모델들에 대한 시장의 혹평이 끊이지 않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레 티 투 투이 빈패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부정적인 리뷰를 매우 신경쓰고 있고, 피드백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리뷰는 우리의 차량을 더 좋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미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오토쇼에서 사람들이 빈패스트 로고가 걸린 스크린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패스트의 주가가 상장 직후 치솟은 원인은 무엇일까. 시장 전문가들은 일제히 빈패스트의 거래 가능 주식수가 매우 적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제한된 주식만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행동 변화가 주가 흐름을 크게 바꾸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빈패스트의 주식 99%는 베트남 최고 부자인 팜낫부엉과 그의 아내, 그리고 그가 소유한 빈그룹 JSC이 소유하고 있다. 대중이 보유 혹은 거래하는 주식이 발행주식의 1%(약 2500만주)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테슬라가 발행주식의 86%인 27억6000만주를 유통하고, 포드는 98%인 39억2000만주, GM은 13억7000만주(98%)라는 점을 감안하면 극도로 낮은 수준이다.

포브스는 “현재 발생 주식의 1%만 거래가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이는 본질적으로 회사의 공정한 시장 가치를 결정할 투자자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전기차붐과 자산가격 급등에 따라 이익 창출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 역시 빈패스트 주가 이상 급등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블룸버그는 “빈패스트는 비교적 신생 업체로 브랜드를 구축하고 판매를 늘리기 위한 충분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전세계적인 반도체 부족현상과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그리고 테슬라, 포드 또는 GM 등 기존 업체들과 전기차 분야에서 경쟁해야하는 것이 현재 빈패스트가 직면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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