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헛발질'…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유명무실 전락

김지영 2023. 8. 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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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장과 맞지 않아…실패한 사업" 업계 한 목소리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가 시행된 지 거의 1년이 됐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행 전부터 예상했던 결과라며 "금융당국의 실패한 사업"이란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의 월 이용 고객은 채 3만명이 되지 않는 2만6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가 시행한 지 1년이 되어가지만, 서비스 이용자 수는 시행 초기와 변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아이뉴스24 DB]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는 신탁제도를 활용해 온주를 다수 수익증권으로 분할 발행하는 방식으로, 국내 주식을 소수 단위로 거래할 수 있다.

증권사는 투자자의 소수 단위 매수주문을 취합 후 부족분을 자기 재산으로 채워 온주를 취득한 후 이를 예탁결제원에 신탁하고, 예탁결제원은 신탁제도를 활용해 신탁받은 주식을 다수의 수익증권으로 분할 발행한다.

금융당국은 국내 주식 소수 거래 서비스를 통해 주식시장 활성화와 투자자의 편의를 증대하기 위해 제도를 도입, 작년 9월부터 시행했다. 서비스 출범 당시 약 한 달 만에 신규 투자자 2만6000명을 넘어섰으나 제도를 도입한 지 일 년이 돼가는 현재까지도 초기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기대하고 추진한 사업이지만, 시장이 커지지 않고 있어 유명무실로 전락한 셈이다.

사실상 출범 당시에도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소수점 거래가 활성화된 미국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주식은 저렴한 편에 속하고 일본처럼 100주 단위 거래만 가능한 것도 아니기에 국내의 주식시장에는 처음부터 맞지 않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도 주식 소수 거래 서비스가 거론되던 시기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주당 300만원을 바라보던 2018년이다. 소수 거래 서비스가 도입된 것은 이보다 한참 뒤인 작년이며 그 사이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250만원이던 주가는 5만원까지 낮아졌다. 주가가 조정되고 가격이 낮아지면서 서비스 이용의 필요성이 사라진 셈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황제주로 함께 거론된 롯데칠성, 네이버, 카카오의 주가도 액면분할 후 조정 중이다. 액면분할을 하지 않은 LG생활건강, 오뚜기, 영풍, 태광산업 등은 주식시장 침체로 이전의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A씨는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는 시의성을 놓친 당국의 사업"이라며 "소액 투자자에게는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제도니 나쁜 제도는 아니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 이전에 시행했다면 신규투자자 유입이 늘어났을 거다. 빛을 발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주식시장이 많이 회복은 됐지만, 특정 업종, 종목만 오름세고 전체적으로는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식 소수 거래 서비스는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주목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데 지금 상황이 그렇지 않으니 현재의 주식시장과는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 B씨는 "도입한 지 1년이 돼 가는 지금의 상황에서 국내 주식 소수 거래 서비스는 정부의 실패한 사업"이라며 "훗날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시장이 커지고 주당 가격이 높아져 거래량이 줄어들면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겠지만, 현재의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시기상조"라고 단언했다.

올해 서비스 도입 예정이라고 작년에 밝혔으나 아직 시행 예정이 없다고 밝힌 증권사 관계자 C씨는 "솔직히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진 않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2차전지 업종에 대한 기대감으로 에코프로나 POSCO홀딩스의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ETF 시장도 활성화돼 있다. 주당 가격이 부담돼 종목의 매수에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는 ETF를 찾는다. 증권사 입장에선 신규 투자자 유입이 저조한 작은 시장에 굳이 뛰어들 필요가 없다"며 "사실 최근 증권업계는 VIP 고객에 중점을 두는 추세다. 주당 100만원의 주식 한 주 사기가 부담스러운 고객을 타깃으로 하기엔 회사 입장에선 사업성이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 D씨는 주식 소수 거래 이용자 수가 1년 내 제자리걸음이지만,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를 기다려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서비스 유지 비용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시장이 활성화됐을 때 소수 거래 서비스가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그때 돼서 사업을 시작하기엔 늦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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