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펜데믹 또 온다…"지난 3년간 배운 것 있어야"

정기종 기자 2023. 8. 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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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 종식 선언, 1319일 팬데믹이 남긴 것⑤.끝.
병상부족 해소 위한 의료체계 개선·비대면진료 제도화 등 제자리걸음
존재감 부족한 국산 백신·치료제 …해외는 속속 전담 프로젝트 발표
[편집자주] 이달 31일 코로나19(COVID-19) 감염병 등급을 4단계로 하향조정한다. 독감과 같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단 의미다. 사실상 코로나19 종식 선언이다. 코로나19 국내 첫 감염자 발생 이후 1319일 만에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직 우리 곁에 있다. 또 새로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 코로나19 종식 선언이 끝이 아니라 감염성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 방역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돌아보고 남은 과제를 점검할 시간이다.


길었던 팬데믹 터널을 지나 일상회복을 향한 첫 발을 내딛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는가'라는 질문에 합격점을 주긴 어렵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팬데믹 당시 효과적 환자관리 대안으로 떠올랐던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여전히 논란에 중심에 있고, 다음 팬데믹에 병상부족 사태가 재현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신규 치료제 및 백신 개발 국가 경쟁력에도 여전히 의문 부호가 따른다. 전문가들은 다음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일상회복을 향한 희망가 보다는 지난 3년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은 국내 의료체계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 의료선진국을 자부했었지만, 부족한 의료진과 시설은 변이주 등장으로 확진자가 급증할 때마다 병상 부족 사태를 낳았다. 대다수 의료 전문가들이 다음 팬데믹 도래를 기정사실화 한 상황에서 일반 병상의 중환자 병상으로의 유연한 전환과 전염병 대응에 용이한 소인실 비중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뒤따른다.

엄중식 가천대의대 교수(길병원 감염대과)는 "환자가 급증했던 5차 대유행 당시 민간의료기관에서 공공의료기관 보다 7배가 많은 중증환자를 감당했다"며 "특히 중앙감염병전문병원과 권역감염병전문병원은 모든 병상을 중환자 병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인력과 장비 등 자원을 비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중 감염병위기관리전문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설과 인력면에서 다음 팬데믹엔 지금보다는 더 잘 준비를 해야한다"며 "국내 병실의 70% 이상은 3인실 이상으로 구성돼 있는데 어렵겠지만 모든 병실을 2인실 아래로 낮추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의료부담을 덜었던 비대면진료도 제자리로 돌아간 상태다.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해 법제화를 추진해 왔지만 지난 24일 이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에 보류 판정이 내려지면서 지난 3월과 6월에 이어 상임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내달 시범사업 진입을 앞두고도 초진 여부와 미비한 안정장치및 시스템 구축 등의 사안을 두고 현장과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있어 산업적·경제적 활성화보다는 안전과 유효성 검증이 우선되고 국민의 건강권이 최우선 돼야 한다"며 "제도화 논의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법적 책임소재 명확화, 중개 플랫폼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 방안을 비롯해 지난 3년간 한시적으로 진행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치료제 역량 강화 나선 美·英…제도 이상의 실질적 지원 필요성 부상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지난 5월 서울 종로구보건소에 화이자의 mRNA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가 준비돼 있다. 2023.5.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팬데믹 대응에 핵심 무기가 될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정부지원 현장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혁신제품 개발 가속을 지원하는 규제과학혁신법 등을 통해 내년 2월부터 신종 감염병 치료제 등의 신속한 시장 진입이 가능해졌지만,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개발을 촉진할 수준의 실질적 지원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해외의 경우 공격적 투자를 통해 넥스트 팬데믹 대응을 위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역량 제고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새로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가속화를 위해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프로젝트 넥스트젠'을 발표했다. 미국 보건복지부 주도 아래 민간과 협력해 백신·치료제 개발에 있어 초기 연구부터 유통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코로나19를 포함해 미래 공중보건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위협들로부터 향상된 방어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다. 이어 지난 22일에는 그 첫번째 지원대상과 과제를 선정 및 발표해 14억달러(약 1조85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대상은 4개 기업의 백신 2b상 임상, 예방 목적의 차세대 단일클론 항체 개발(리제네론), 비영리단체 팬데믹 대응 가속화 기술 개발 지원 등이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지난 7일 질병 피해를 완화하는데 시급한 백신 개발을 위한 '백신개발평가센터'(VDEC)를 설립했다. 2개의 첨단 실험실을 기반으로 연간 100여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200명 이상의 과학자가 참여한다. 백신 개발 기술력 제고는 물론, 동물로부터 인간으로 전이돼 또 다른 팬데믹으로 확산될 수 있는 '질병 X'(Disease X) 대응이 핵심 역할이다. 백신개발평가센터를 중심으로 현재 알려지지 않은 병원체를 사전 대비한다는 목표다.

국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비교적 영세한 바이오벤처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가시적인 지원을 통해 민간 개발에 정부의 힘을 보탤 필요성이 강조된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기반으로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 중소 바이오벤처에서 시가총액 60조원에 이르는 대형사로 성장한 모더나의 성공 모델 국내 재현을 위한 타깃형·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정부가 mRNA 백신 임상 지원에 투입한 예산은 100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화이자와 모더나를 앞세워 mRNA 백신 패권을 잡은 미국은 직·간접적으로 41조원을 투입했다. 국가 경제 및 산업 규모를 감안해도 눈에 띄는 격차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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