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혜란은 여우주연상 급부상하는데 고현정은 왜 이리 조촐한가('마스크걸')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3. 8. 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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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걸’, 염혜란에 비해 고현정이 그다지 빛나지 않는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넷플릭스 <마스크걸>은 아름다운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사랑받고 싶지만 사랑받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렇다보니 <마스크걸>은 흔한 로맨스에서 그려내는 남녀의 사랑보다 굉장히 많은 느낌의 사랑과 욕망들을 보여준다.

생각해보면 사랑이란 원래 스펙트럼이 넓지 않은가? 팬들에게 받는 사랑,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우정과 사랑의 경계, 닿을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짝사랑, 나를 사랑하는 나르시시즘 등등.

사실 그렇다보니 원작 웹툰의 기괴하고 비틀린 캐릭터들을 감상적으로 각색한 부분도 있다. 심지어 오타쿠지만 존재감 없는 직장인의 가면을 쓰고 사는 주오남(안재홍)마저 넷플릭스 <마스크걸>에서는 김모미의 진짜 얼굴을 알지만 그렇기에 더 동질감을 느끼고 그녀를 사랑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처럼 <마스크걸>은 원작 웹툰의 기괴한 블랙코미디는 조금 덜어내고 오히려 사랑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마스크걸>은 김모미(이한별, 나나, 고현정)와 그녀를 스쳐간 사람들의 서사를 통해 사랑과 욕망의 명암을 보여준다. 그것이 짜임새 있게 얽히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가끔 캐릭터들의 서사가 납득이 안 가기도 하지만 뭔가 인상적인 순간순간의 장면들은 확실히 있다.

어린 시절 김모미는 무대 위에서 춤추는 걸 좋아하는 소녀였다. <리듬 속에 그 춤을>의 노래가사처럼 현대음률 속에서 춤추는 스스로의 모습을 사랑했다. 하지만 아름답지만 이성적이고 윤리적인 엄마 신영희(문숙) 아래에서 김모미는 늘 위축된다. 거기에 엄마와 달리 평범한 외모로 자라면서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성인이 된 김모미는 찌든 직장생활을 하며 꾸역꾸역 현실을 산다. 대신 밤이면 그녀는 마스크걸이 돼 아름다운 몸매와 유혹의 말발로 시청자를 모으는 화려한 BJ로 활약한다. 하지만 직장인 김모미는 그저 유부남 직장 상사 박기훈(최다니엘)을 짝사랑하고 있을 따름이다.

평행우주처럼 이어지던 이 세계는 김모미가 직장 상사의 불륜을 목격하면서 복잡해진다. 술 취한 그녀가 선을 넘는 누드방송을 하고 이후 그녀는 방송정지를 당한다. 거기에 마스크걸의 가면 속 실체를 밝히려는 시청자와 마스크걸의 실체를 아는 주오남이 등장한다. 김모미는 이 두 남자를 죽이고 성형한 아름다운 얼굴의 마스크걸이 되지만 신분을 밝힐 수 없어 도망자의 신세가 된다.

그런데 <마스크걸>은 이때부터 아들 주오남의 죽음 이후 삶의 목적이 바뀐 김경자(염혜란)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김경자는 남편도 없이 하나 뿐인 아들을 키운다. 비록 친구 아들처럼 멋진 놈이 아니고 오타쿠에 그럭저럭 직장생활을 하는 노총각이라 썩 마음에는 안 들지만. 그런데 그 아들이 죽자 김경자의 아들에 대한 사랑은 무한대로 폭발한다. 세상에 없는 것에 대한 사랑이 원래 간절하듯. 별 볼 일 없던 아들놈이 갑자기 세상의 모든 것이 된 듯. 김경자의 이 감정은 마스크걸 김모미에 대한 집착으로 변한다.

김경자는 사라진 김모미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지옥의 여신처럼 세상을 떠돈다. 이 모습이 때론 코믹하고 또 때로는 섬뜩하고 때로는 가슴이 미어진다. 게다가 <마스크걸>에서 김경자를 연기한 염혜란은 <마스크걸>에서 연기의 정점을 찍는다. 염혜란은 몇 년 간 KBS <동백꽃 필 무렵>, tvN <경이로운 소문>,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사연 많고 불행하지만 우직하고 사랑스러운 여인들을 연기했다. 하지만 <마스크걸>에는 계속해서 매 회차 화자가 바뀌는 드라마에서 끝까지 주인공처럼 드라마 속을 휘젓는다. 연말 시상식에서 염혜란이 여우주연상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마스크걸>은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 한국 드라마에서 흔하게 보여주지 않은 질척질척한 사랑과 욕망의 감정선을 드러내는 장면들은 많다. 염혜란의 김경자는 이런 장면들을 귀신같이 다 받아먹으며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물론 김모미의 성형 후 모습을 보여준 나나 역시 친구 김춘애(한재이)와의 워맨스나 감옥에서의 압도적인 걸크러시로 염혜란과는 다른 그림을 보여줘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만 후반부에 등장한 고현정의 김모미는 이들에 비하면 조촐하다. 드라마 자체도 마무리를 위해 약간은 신파적으로 흘러가는 감이 있다. 게다가 고현정은 주로 일상의 섬세하면서도 정적인 감정연기를 여백 안에서 잘 보여주는 배우다. <마스크걸> 후반부의 몰아치는 분위기와 썩 조합이 잘 맞아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김경자(염혜란)와 김미모(신예서)가 보여준 식사 장면이나 생일 축하 장면들이 더 기억에 남을 정도. 후반부의 김모미가 조금 더 동적이고 섬뜩한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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