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값이면 젊은피”→“같은 값이면 수비력” 답답한 한화, 선수 테스트는 6년째 현재진행형[SS 포커스]

한화 최원호 감독이 환호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3년 전 이맘때다. 한화 감독대행으로 만난 최원호 현 한화 감독은 “같은 값이면 젊은 선수를 써야 할 때”라고 했다.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한데다 프런트 주도로 강제 리빌딩을 선언한 터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압도적 꼴찌로 시즌을 마감한 한화는 2021년 시즌 준비 과정에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선임해 3년 내 강팀으로 도약하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2020년 여름과 2023년 여름, 지휘봉은 똑같이 최원호 감독이 잡고 있다. 당시에는 감독대행이었고, 올해는 신임 감독이다. 시즌 중반 수베로 감독을 경질한 한화는 최 감독에게 다시 한번 리빌딩을 맡겼다.

한화 최원호 감독이 윌리엄스를 쳐다보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지난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롯데와 홈경기가 취소된 뒤 최 감독을 모처럼 만났다. 그는 한화의 시즌 마침표는 “수비가 되는 팀”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은 값이면 수비되는 선수를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떠들썩하게 리빌딩을 위해 선진 야구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한 구단의 구상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인정하는 스탠스다.

최 감독은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 좋을 때는 수비에서 실수해도 넘어갈 힘이 있는데, 타격 사이클이 떨어지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투수력이 완벽한 것도, 야수들이 약한 마운드를 지탱해주는 것도 아니다.

한화 하주석이 지난 겨울 음주운전한 것을 사과하고 있다. 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김성근 감독을 중도 해임한 게 2017년 시즌 초반이었으니, 6년간 선수 중심의 젊고 활기찬 야구를 표방했다. 그러나 올해도 한화의 성적표는 최하위권이다. 최 감독 부임 후 반짝하던 기세는 말그대로 불꽃처럼 사라졌다. 풀타임을 치른 선수가 많지 않으니 체력 관리에 실패했고, 슬럼프를 벗어나는 법을 체득하지 못한 탓이다.

노하우를 전수할 베테랑이라도 있으면 상황이 조금 나아질 수 있지만, 한화는 더그아웃 리더로 부를 만한 선수가 없다. 프리에이전트(FA)로 영입한 채은성은 올해 독수리군단에 처음 합류했고, 포수 최재훈은 어린 투수들 건사하기도 벅찬 실정이다.

노시환 등 한화선수들이 경기에서 승리한 후 자축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그나마 프랜차이즈 스타로 불리던 하주석은 음주운전 파문으로 퇴출 직전까지 내몰렸고, 동료와 팬의 신뢰를 잃었다. 구단의 선수단 운영이 방만했다는 것이 곳곳에서 드러난 셈이니, 만년 하위권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 감독은 “답답하다”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타석에서 상수로 볼 만한 선수는 채은성과 노시환, 김태연 정도다. 이들 셋은 타격 강화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수비가 좋은 선수들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수비로 잠그고 후반에 대타 카드 등을 활용해 뒤집기를 노리는 방식으로 운영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시도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팀을 만드는 과정, 절대 만만하지 않다. 한화의 테스트는 6년째 현재진행형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