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연고지 이전 파문…전주시민들 제대로 화났다

정재우 2023. 8. 30. 15: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L, 30일 KCC 연고지 변경 부산으로 승인
전주시 “구단에 면담 요청했으나 거부…이전 승인 전 협의·통보도 없어”
전주시민들 “먼저 결정된 체육관 건립 연기하고 야구장부터 짓겠다는 이유 뭐냐” 불만 폭발
“잼버리 이어 또 상대 탓만” 지적도
프로농구 KCC 이지스를 응원하는 팬들. 전주=뉴스1
 
22년간 전주를 연고지로 해온 프로농구팀 KCC 이지스가 연고지를 부산으로 이전한 것에 대해 전주시가 강한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전주시민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전주시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30일 한국농구연맹(KBL)은 3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KCC의 연고지 변경을 승인했다. 이번 결정으로 KCC는 부산 BNK 썸(여자 프로농구단)과 함께 부산 사직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됐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KCC 농구단의 연고지 이전 결정에 마음 아파할 시민과 팬들에게 먼저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면서도 “졸속적이고 일방적으로 이전을 결정한 KCC의 어처구니없는 처사에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 2016년에도 전주를 떠나려고 했던 KCC는 이번에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이전을 추진했다”면서 “KCC 구단은 KBL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하는 과정에서 전주시와의 협의는커녕 통보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KCC는 전주시 거듭된 면담 요청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을 뿐만 아니라 전주시와 팬들에게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KCC와 전주시는 지난 몇년간 실내체육관 신축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2001년부터 전주를 연고지로 해온 KCC는 지난 1973년 지어진 전주실내체육관을 구장으로 이용해왔다. 그러다 2016년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길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며 이전설이 점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전주시는 같은해 체육관을 신축하겠다고 발표했고, 구단 측은 시의 약속에 따라 전주에 남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2019년 3월 전주시는 전주월드컵경기장 옆 부지에 6000석 규모의 신축 체육관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해 3월 기공식도 가졌다. 당시 시장은 김승수 시장이었으며, 체육관은 2023년 완공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우범기 현 시장이 부임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시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육상장과 야구장 건립을 추진했고, KCC가 홈구장으로 기대하던 체육관 공사는 진척이 더뎌졌다.

이런 와중에 지난 16일 익명의 프로농구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을 통해 “전주시가 KCC에 약속했던 홈 구장 신축을 사실상 백지화했다”며 “시는 프로야구 2군 퓨처스리그 유치를 전제로 야구장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현재 체육관의 부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전북대학교도 2025년까지 체육관을 비워달라는 입장을 시를 통해 KCC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전주시는 뒤늦게 2026년까지 새 체육관을 완공하겠다고 제안했으나, KCC는 부산 이전이라는 강수를 뒀다.

30일 KBL이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KCC의 연고지 변경을 승인하는 모습. 연합뉴스
 
KCC가 20년 이상 된 연고지를 떠나게 된 사태에 대해 팬들은 전주시의 행정에 원인이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전주시청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은 전주시를 향한 팬과 시민들의 원망으로 가득하다.

한 팬은 “전주라는 지역 이미지에는 KCC 구단도 깊게 자리잡고 있다”며 “프로야구 2군 경기장 구축때문에 KCC를 저버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는 전주뿐만 아니라 전북도민의 것을 앗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년 팬이라고 밝힌 다른 팬은 “명문 구단을 이렇게 보내야한다는 것에 화가 많이 난다”며 “전주시의 무능함이 사실로 드러났다.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팬도 “KCC는 전주시에 있어서 큰 자부심이었다”며 “전주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떠난다는 모습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지난 2021년 3월 31일 전북 전주시 전주실내체육관에서 KCC 이지스 선수들이 2020~2021시즌 현대모비스 프로농구리그 우승을 자축하는 모습. 전주=뉴시스
 
아울러 전주시의 행정 전반을 질타하는 의견도 보였다.

한 시민은 “잼버리 사태와 이번 KCC 연고지 이전을 보며 전주시가 정말 무능하다고 느꼈다. 내 고향 전주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전주가 이정도밖에 안되는구나’ 라는걸 느낀다”고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잼버리 사태에도 그저 ‘정부책임이다, 여가부 책임이다’라고 했다. KCC 이전 사태에도 ‘대화를 했는데 받아주지 않는다’는 핑계밖에 없다”며 “20년 동안 전주에 있을 때 대체 해준 것이 뭐냐. 그래놓고 이제와서 구단을 비난하냐”고 비판했다.

또다른 시민은 “시가 구단을 비판하는 기사를 봤는데, 그러는 전주시는 실내체육관 신축과 관련해 팬들에게 무슨 입장 표명을 했나”라며 “전임 시장이 일을 매듭짓겠다고 공사 기공식까지 한 실내체육관을 뒤로 하고 야구장을 짓겠다고 이 사단을 만들었다. 먼저 결정된 실내체육관 건설을 왜 미룬건지 당장 시민들 앞에서 해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코스트코 못들어오게 하고,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이마트 노브랜드 못들어오게 하고, KCC 이지스는 부산에 빼앗기고. 젊은 사람들이 전주시에 살고 싶겠나”라고 재차 지적했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