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봉 군부 “대선 결과 무효, 우리가 권력 장악”…쿠데타 군부에 한국인 1명 체포

김서영 기자 2023. 8. 3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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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봉 군 고위 장교들이 30일(현지시간) 국영 TV채널 가봉24에 출연해 이날 발표된 대선 결과를 무효화하고 자신들이 국가 권력을 장악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아프리카 가봉에서 군부가 알리 봉고 온딤바 대통령(64)의 3연임에 반발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가봉 대통령 부인의 비서관으로 근무하는 한국인 1명이 현재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가봉 군 고위 장교 약 12명은 이날 국영 TV채널 가봉24에 출연해 “(봉고 대통령의 3연임이 확정된) 최근 선거 결과는 신뢰할 수 없으므로 결과를 무효화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우리는 모든 안보·국방군을 대표한다.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모든 국경을 폐쇄한다. 가봉공화국의 국가 기관을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해산된 국가기관에는 정부, 상·하원, 헌법재판소와 선거기관 등이 포함됐다.

군 지도부는 또 국영방송을 통해 “알리 봉고 대통령이 반역죄로 체포됐으며, 가족 및 의사들에 둘러싸인 채 가택 연금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과도기 국가기관 재건위원회’로 칭했다. 한 장교가 공동성명을 낭독하는 동안 군복을 입고 군모를 쓴 십여명이 그의 뒤에 조용히 서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들은 “사회적 통합이 지속해서 약화하는 가운데 무책임하고 예측할 수 없는 통치가 국가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을 봤다”며 “가봉 국민의 이름으로 현 정권에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평화를 지키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군부의 쿠데타 선언 후 수도 리브르빌 시내에서 총성이 울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현 정부는 군부의 주장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대통령 부인 비서관실에서 일하던 한국인 1명이 군부에 체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 경호실에도 3명의 한국인 경호관이 있는데 이들은 체포되지 않은 채 경호실 내 숙소에 머물러 있다”고 보도했다.

주가봉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가봉 내 한국 교민은 대사관 직원 및 가족 11명을 포함해 모두 44명이며, 이 가운데 현지에 체류 중인 한국인은 33명이다. 체포된 비서관 이외에 다른 교민들은 안전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쿠데타가 성공한다면 2020년 이후 서부 및 중앙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8번째 쿠데타가 된다. 앞서 말리, 기니, 부르키나파소, 차드, 니제르 등에서 쿠데타가 연이어 발생하며 ‘쿠데타 벨트’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가봉

가봉에서도 쿠데타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봉고 대통령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국외에서 5개월간 요양하는 사이 2019년 1월 군인들이 국영 라디오 방송국을 점거해 “뇌졸중을 앓았던 봉고 대통령은 더는 공직에 적합하지 않다”고 선포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쿠데타 시도는 몇 시간 내로 주동자 2명이 죽고 나머지는 체포되며 미수에 그쳤다.

이날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기 몇분 앞서 가봉에서는 지난 26일 치른 대선 결과가 발표됐다. 현 봉고 대통령이 64.27%를 득표해 3연임에 성공했으며 야권의 온도 오사 후보(69)는 30.77%에 그쳤다. 투표율은 56.65%였다.

봉고 대통령은 42년간 장기 집권한 아버지 오마르에 이어 지난 14년간 가봉을 통치해 왔다. 2009년 부친 사후 치른 대선에서 대통령직에 올랐으며, 2016년엔 불과 5500여 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으나 부정선거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가봉이 다당제로 복귀한 1990년 이래 가봉에서 치른 모든 투표는 폭력으로 끝났다고 AP는 짚었다. 이번에도 수도에서 폭력 사태를 우려한 많은 이들이 다른 지역에 있는 가족에게 가거나 가봉을 완전히 떠났으며, 남은 이들은 식량을 비축하고 집의 경비를 강화했다고 AP는 전했다.

로이터는 “가봉에서는 투표일 이후 불안과 긴장감이 고조돼왔다. 국제 참관단의 부재와 일부 외국 방송 중단, 당국의 인터넷 서비스 중단 및 야간 통행 금지 결정으로 선거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커져 왔다”고 보도했다.

알리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이 지난해 유엔 본사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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