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금감원은 ‘특혜성 환매’ 못봤나 외면했나… 4년 전 부실 대응 또다시 도마 위
그때도 펀드 돌려막기 지적 나왔으나
특혜성 환매 여부는 들여다보지 않아
정권 바뀐 후 파악…민주당 의원 연루
“몰랐다면 근무태만, 알았다면 의도적”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을 비롯한 일부 라임펀드 가입자의 특혜성 환매 의혹과 관련해 펀드 판매사 점검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미 4년 전 수차례 조사를 반복했는데, 어째서 그때는 특혜 의혹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보 접근성이 좋은 가입자부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우려는 4년 전에도 있었다. 금감원은 2020년 2월 라임 검사 결과 발표 당시 펀드 돌려막기가 발생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누가 특혜를 받았는지는 보지 않았다. 농협중앙회가 혜택을 입었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알려졌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 금감원이 일부러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30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감원은 라임펀드 특혜성 환매 의혹과 관련해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이달 24일 라임자산운용이 대규모 환매 중단 직전인 2019년 8~9월 다선 의원을 포함한 일부 유력 인사에게 투자금을 돌려줬다고 밝혔다.
금감원 발표에는 펀드 돌려막기와 자금 횡령 등의 위법 행위를 추가로 적발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검찰은 즉시 금감원으로부터 라임펀드 환매와 펀드 투자금 용처 등에 관한 자료를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 마무리 수순인 줄 알았던 라임 사태가 시즌2를 맞이한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자본시장에서는 ‘문 정부 금감원의 감독 해태(懈怠)가 몰고 온 후폭풍’이란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의 조사 권한이나 역량 등을 고려할 때 이번에 제기된 의혹 대부분은 4년 전 나왔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펀드 투자금 환매 대상자 명단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했다.
2019년 라임 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할 때 금감원은 감독당국으로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에 줄곧 시달렸다. 라임운용이 펀드 돌려막기를 한다는 소문은 이미 2019년 초부터 여의도 증권가에 파다했다. 심지어 금감원에 관련 민원이 접수된 건 2018년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2019년 8월이 돼서야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착수 이후로도 답답한 상황은 이어졌다. 라임운용은 금감원 검사 직후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먼저 환매해 빠져나간 사람이 승자”라는 말이 돌았다. 라임펀드의 기준가는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빨리 펀드를 환매하면 이익을 볼 수 있었다. 평소 시장 동향을 예민하게 살피는 금감원이 각 판매사의 라임펀드 환매 현황을 수시로 점검했으면 나았을 것이란 지적이 당시에도 많았다. 그러나 금감원은 지켜만 보다가 일괄 환매 중단을 선택했다.
이후 피해자가 쏟아지고 여론이 악화하자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앞세우며 판매사에 “원금 전액을 물어주라”고 했다. 또 라임펀드를 판 증권사 3곳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를 중징계했다. 윤석헌 당시 금감원장은 국회에서 “사모펀드 사태는 금융회사의 내부 통제 부실, 투자자 보호 소홀에 기인한 것”이라며 감독 책임을 부정했다.
마지못해 펀드 원금을 돌려준 증권사 등 판매사들은 억울했다는 반응을 내비친다. 한 프라이빗뱅커는 “라임운용 등의 일부 펀드는 사실 조직적인 사기 행위였고, 판매사는 이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자금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책임을 지게 됐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금감원은 정권 교체와 함께 특혜성 환매와 자금 횡령 등의 의혹을 찾아냈다. 김 의원 외에도, 농협중앙회와 한 상장사가 당시 펀드에 자금이 없었음에도 다른 펀드 자산으로 투자금을 돌려받았다. 2019~2020년에는 은근슬쩍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내막을 밝혀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은 직원 수가 2000명에 달하고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억원 이상인 엘리트 조직”이라며 “4년 전 금감원이 특혜성 환매 의혹을 짚어내지 ‘못한’ 거라면 근무 태만이고, 짚어내지 ‘않은’ 거라면 다른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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