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연구에 고작 400억…변변한 약 하나 없는 韓, 국산화 꿈은 멀다
[편집자주] 이달 31일 코로나19(COVID-19) 감염병 등급을 4단계로 하향조정한다. 독감과 같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단 의미다. 사실상 코로나19 종식 선언이다. 코로나19 국내 첫 감염자 발생 이후 1319일 만에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직 우리 곁에 있다. 또 새로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 코로나19 종식 선언이 끝이 아니라 감염성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 방역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돌아보고 남은 과제를 점검할 시간이다.
질병관리청이 2020년부터 코로나19(COVID-19) 관련 연구에 들인 돈이다. 수조원을 투자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때문인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4년이 지났지만 한국은 변변한 치료제 하나 못 만들었다.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은 잦은 변이에 대응하지 못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같은 기간 이웃 나라 일본은 코로나19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과 치료제를 국산화했다.
코로나19 법정 감염병 등급이 내려가면서 팬데믹(감염병대유행)은 사실상 끝났다. 그러나 한국의 '보건 안보' 대응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신·치료제 주권을 확보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인수합병(M&A) 등으로 내실 있는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30일 머니투데이가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질병관리청 코로나19 관련 연구 용역'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연구에 투입한 돈은 400억9086만1040원이다.
4년간 115개 연구 용역이 수행됐다. '지역사회 코로나19 항체양성률 조사'처럼 백신·치료제 개발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치료제 후보물질 효능을 평가하거나 mRNA 등 백신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가 대다수다.
대표적으로 국내 개발 코로나19 백신의 추가접종 연구에 32억원,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후보물질 효능 평가에 11억원 등이 사용됐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에 국산 기술로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는 각각 하나밖에 없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지난해 6월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이보다 앞서 셀트리온의 '렉키로나'가 항체치료제로 2021년 2월5일 허가됐다. 렉키로나는 오미크론 변이에는 효과가 없어 대유행 초기에만 잠깐 사용됐다. 스카이코비원은 접종 희망자가 없어 사용되지 못한 채 연말까지 초도 물량 대부분이 폐기될 예정이다.
지금도 여러 국내 기업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꿈을 놓지 못한 채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백신 개발에서는 셀리드와 유바이오로직스의 후보물질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아직 1/2상의 초기 단계다.
치료제에서는 일동제약과 일본의 시오노기제약이 공동 개발한 '조코바'와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의 '제프티'가 규제 기관의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이지만 실제로 품목허가를 받을진 미지수다.
기약 없는 승인을 기다리는 한국 기업과 달리 일본 제약사는 일찍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의 국산화를 마쳤다. 시오노기제약의 조코바는 일본에서 허가받아 경증환자 치료제로 현재 사용 중이다. 또 다른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는 최근 일본 최초의 mRNA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
특히 일본이 mRNA 백신을 자체 개발한 건 보건 안보 측면에서 굉장한 성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정책본부장은 "mRNA 플랫폼 기술로 코로나19 백신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경험은 이후 다양한 변이주는 물론 또 다른 팬데믹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것을 의미한다"며 "인플루엔자를 비롯해 암 등 다양한 질환의 백신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어 보건 안보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성과이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2021년 6월 국가 백신 개발 및 생산 전략을 채택했다. 5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1700억엔,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미국이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23억달러(약 3조원)다. 미국 정부 지원액과 비교하면 일본의 재정 지원은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었다.
돈보다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실력 자체가 많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지적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 시험을 지원하고자 책정한 예산은 893억원이다. 하지만 집행된 금액은 8억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돈이 실제로 지원된 임상 시험은 '0건'이다. 그 어떤 기업도 백신·치료제 개발에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 예산 집행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원할 만한 기업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부터라도 기업의 내실을 다지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제약 역사에서 국산 신약은 36개, 지금 시장에서 쓰이는 건 10개 정도에 불과하다"며 "R&D는 강한 편이지만 신약을 상업화한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신약 개발 역사는 '실패로 쌓은 무덤'과도 같다. 이런 실패의 경험을 한 데 뭉쳐서 커다란 혁신을 이뤄야 하는데 다들 각개전투만 하다 끝난다"며 "일본은 대기업 M&A와 같은 방법으로 기업을 최적화, 효율화해서 글로벌 제약사를 만들어 냈는데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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